
[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유통가에서 편의점과 홈쇼핑, 면세점업계가 모두 올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3개 채널 모두 둔화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소비 침체가 덮친 탓이다.
작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편의점업계도 저성장 구간에 접어든 모양새다.
홈쇼핑과 면세점은 불가항력적인 소비 환경 변화로 불황의 터널 속에 있다. 홈쇼핑은 TV시청 인구 감소에, 면세점은 단체 관광객 급감에 각각 직격탄을 맞았다.
편의점은 작년까지 매 분기 5∼10% 안팎 성장했으나 올해 들어 업황 둔화와 소비침체, 비우호적인 날씨 영향으로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1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와 GS25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작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GS25의 2분기 매출은 2조2천25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90억원으로 9.1% 감소했다.
CU의 2분기 매출은 2조2천383억원으로 2.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13.3% 줄었다.
CU의 매출이 GS25 매출보다 많은 것은 처음이다.
세븐일레븐의 2분기 매출은 1조2천503억원으로 9.4% 줄었고, 영업손실은 8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4억원 줄였다.
이마트24의 매출은 5천322억원으로 5.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작년 2분기 27억원에서 올해 2분기 44억원으로 17억원 늘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작년부터 부실 점포를 정리하고 수익성 위주 체질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매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대가 지나고 저성장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근거리 장보기 채널로 신선식품 강화, 소용량 저가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패션 상품까지 특화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도 2분기에 실망스러운 실적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의 2분기 매출은 2천310억원으로 0.6% 줄었고, 영업이익은 122억원으로 24.8% 감소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무형상품 축소 등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TV 시청인구 저조로 총매출 및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GS샵의 2분기 매출은 2천658억원으로 2.7%, 영업이익은 252억원으로 7.4% 각각 감소했다.
CJ온스타일의 2분기 매출은 3천858억원으로 3.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14억원으로 22.0% 줄었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별도 기준 매출은 2천741억원으로 0.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22억원으로 4.5% 증가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가전 등 고단가 상품을 축소하고 뷰티와 패션잡화, 식품 위주로 편성 및 판매를 확대하는 등 효율화를 통해 홈쇼핑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업계는 TV 시청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강화하고 있으나 온라인 경쟁 심화로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TV홈쇼핑 시장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황금기를 누렸으나, 2010년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TV 시청자가 줄고 온라인쇼핑이 확산하면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다.
또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의 방송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은 73.3%로, 100원을 벌면 73원을 수수료로 내면서 수익이 내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면세점 4사의 2분기 실적을 보면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 손절한 롯데면세점은 흑자 전환했으나 인천국제공항 임대료에 허덕이는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면세점의 2분기 매출은 6천68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9.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65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다.
다이궁 판매 비중을 낮추면서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수수료 절감과 내외국인 마케팅 강화에 따른 개별관광객, 단체관광객 판매가 증가하면서 흑자 전환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7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한 것도 이익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신라면세점의 2분기 매출은 8천502억원으로 2.1% 늘었으나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신세계면세점도 매출이 6천51억원으로 22.9% 증가했으나 15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현대면세점은 2분기 매출이 2천935억원으로 22.0% 증가했고, 영업손실 규모가 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억원 축소됐다.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 1·2터미널에서 영업 중이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화장품·향수와 주류·담배를 팔고, 현대면세점은 명품 부티크 구역을 맡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패션·액세서리·명품 매출은 2019년 수준을 회복한 뒤 성장세를 보이지만 화장품·향수와 주류·담배 매출은 2019년의 53%와 6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를 40% 내려달라고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공사 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마찰을 빚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 측은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를 낮추진 않는 한 매출이 늘어도 적자 규모가 계속 커지는 구조라며 공항 철수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까 봐 우려되지만, 중국 무비자 입국 허용,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하반기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