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영결식이 8월 25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봉은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종교·시민사회장’으로 엄수됐다. 명진 스님은 지난 22일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원적에 든 지, 사흘 만에 마지막 길을 떠났다. 영결식에는 조계종 스님과 불자뿐 아니라 개신교·천주교 등 종교계 인사, 시민사회·학계·문화예술계 인사와 일반 시민 등 각계 등 수 천 명의 불자와 시민들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명진 스님, 수행에서 불교개혁으로
명진 스님의 불교개혁은 단순히 종단의 제도와 운영을 바꾸려는 움직임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출가 수행자가 본래의 청정한 수행정신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선방에서 수행하는 수좌로서의 삶과 불교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함께했던 것이다.
명진 스님은 1969년 출가한 뒤 전국의 선원에서 수행하며 수좌로서 수행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수행을 개인의 해탈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불교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승가와 사찰 역시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1994년 조계종 종단개혁은 명진 스님의 불교개혁 정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당시 종단은 승려들의 폭력과 금권선거, 종단 운영의 불투명성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었다. 명진 스님은 종단의 권위와 기득권보다 승가의 청정성과 수행자의 본분, 민주적이고 투명한 종단 운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혁의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행동으로 종단개혁에 참여했다.
명진 스님에게 불교개혁은 결국 ‘불교를 불교답게 만드는 일’이었다. 사찰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처럼 운영되어서는 안 되며, 신도들이 낸 보시금이 투명하게 사용되고 사찰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봉은사 주지 시절에도 이어졌다. 그는 사찰 재정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신도와 시민들에게 사찰을 개방하는 한편,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도 승려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명진 스님이 보여준 또 하나의 중요한 개혁정신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불교였다. 종교가 정치권력이나 세속의 이해관계에 종속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사회의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잘못된 권력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그는 종단 내부뿐 아니라 정치권과도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명진 스님은 2017년 조계종으로부터 승적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이를 다투었다. 오랜 법정 공방 끝에 승적 문제는 2026년 초 사실상 정리되었고, 명진 스님의 승적도 회복됐다.
명진 스님의 불교개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수행의 청정성을 종단의 청정성으로, 종단의 청정성을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선방의 수행자이면서도 시대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고, 종단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불교의 본래 정신을 지키고자 했다.
그의 삶에서 수행과 개혁은 서로 다른 길이 아니었다. 참선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었고, 불교개혁은 승가와 불교공동체를 돌아보는 일이었으며, 사회참여는 고통받는 중생을 돌아보는 일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명진 스님에게 불교개혁은 권력을 얻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불교가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수행의 한 과정이었다.
명진 스님이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어쩌면 여기에 있다. 수행자는 시대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불교는 권력과 기득권을 지키는 종교가 아니라 진리와 자비를 실천하는 종교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불교개혁은 이제 한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한국불교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하나의 과제로 남았다.
제38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출과 명진 스님의 불교개혁 정신
명진 스님의 원적은 한국불교에 한 수행자의 삶을 넘어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그것은 “오늘의 조계종은 과연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자의 본분에 얼마나 충실한가”라는 물음이다.
명진 스님은 1994년 조계종 종단개혁의 중심에 서서 종단의 낡은 권위주의와 폐단을 청산하고 승가의 자정과 쇄신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봉은사 주지 등을 지내면서 사찰 운영의 투명성과 불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종단의 권위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수행자의 양심과 불교의 공공성을 앞세웠다는 것이 명진 스님의 불교개혁 정신이었다.
특히 명진 스님은 원적을 불과 며칠 앞둔 8월 13일에도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를 바라보며 현행 선거제도의 폐단을 지적하고, 선거 자체를 없애고 추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수행자 집단인 승가가 세속 정치처럼 표를 얻기 위해 편을 나누고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존경받는 수행자이면서 행정 능력을 갖춘 인물을 대중이 뜻을 모아 추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명진 스님의 마지막 문제 제기는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를 바라보는 불교계에 적지 않은 의미를 던지고 있다. 이번 선거가 단순히 어느 후보가 총무원장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권력 경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종단의 화합과 청정성, 수행자의 권위 회복, 재정과 행정의 투명성, 사회적 약자를 향한 자비의 실천 등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재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는 후보 구도가 크게 정리된 상황이다. 정념 스님이 8월 24일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경우 스님과 현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정념 스님 역시 사퇴 입장에서 불교가 시대 변화에 맞춰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명진 스님의 원적 직후 제38대 총무원장 후보들이 잇따라 스님의 삶과 개혁정신을 추모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우 스님 측은 명진 스님의 유훈을 이어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정념 스님 측 역시 명진 스님이 생전에 제기했던 종단의 병폐와 자정·쇄신의 화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제38대 총무원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순한 종단 행정의 연장이 아니다. 명진 스님이 평생 제기했던 “수행자다운 승가, 청정한 종단, 국민에게 신뢰받는 불교”를 어떻게 현실의 종단 운영 속에 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명진 스님의 불교개혁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반드시 그의 모든 주장이나 정치적 행보를 그대로 따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던졌던 근본적인 질문을 이어가는 일이다. 종단의 권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찰의 재정과 운영은 얼마나 투명한가, 승가는 얼마나 청정한가, 불교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곁에 서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 것이다.
따라서 제38대 총무원장 선출은 한국불교의 새로운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새 총무원장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거 이후에는 모든 종도와 사부대중을 하나로 아우르는 화합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선거제도의 폐단을 비롯해 종단 운영의 구조적인 문제를 성찰하고, 시대에 맞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명진 스님이 남긴 불교개혁의 핵심은 결국 권력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불교의 본래 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개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수행자는 수행자답게, 종단은 청정하게, 사찰은 투명하게, 불교는 중생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명진 스님은 떠났지만, 그가 던진 화두는 남았다. 오는 9월 3일 선출될 제38대 조계종 총무원장이 이 화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할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명진 스님의 불교개혁 정신이 단순한 추모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불교의 미래를 밝히는 살아 있는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