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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시론] 귀를 막은 정치권, 자멸의 길로 가나

우리의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곳' 이상의 정교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귀는 소리만 담당하지 않는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장치다. 평형기관이 무너지면 벽을 짚어야 겨우 걷고, 눈을 감으면 어디가 위·아래인지조차 모른다. 세상의 기준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균형을 잃고 자기 목소리만 키우면 결국 국민과 국가 전체가 흔들린다.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조직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기관이다.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위정자가 민심을 잃는 순간, 통치의 기반이 흔들린다고 경고했다.

 

외부의 경고를 기우(杞憂)로 여기고, 내부의 비판을 배신으로 몰아가면 그 조직은 방향감각을 잃는다. 처음엔 작은 어지럼처럼 보이지만 조용히 누적된다. 한번 방향을 잃은 정치권력은 흔들리다가 자멸한다.

 

민심의 경고를 방치한 대가는 무겁다. 전정기관이 무너진 사람이 벽을 짚어야 겨우 걷듯, 균형을 잃은 정치는 쓰러지고 나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국민의힘은 현재 평형기관이 무너진 상태로 보인다.

 

문제는 탄핵의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여전히 '윤 어게인'의 메아리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장동혁 체제는 당내 강성 지지층에 업힌 채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민심은 소리 없이 국민의힘을 떠나고 있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48% 대 20%였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각 지역 후보들은 중앙당을 불신하고, 지역선대위 체제를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이 '야당 복(福)'을 타고났다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탄핵 1년이 지나도 반성과 쇄신이 없는 것은 청력의 문제가 아니라 평형감각의 붕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2024년 총선에서 175석을 확보했고, 범야권까지 합치면 190석이 넘는 거대 의회권력을 쥐었다.

 

의석수는 힘이자 유혹이다. 민주당은 최근 법왜곡죄 도입,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개혁 법안을 위헌 논란 속에서 잇따라 추진했다.

 

22대 국회에서 표결로 강행 처리된 안건은 2025년 12월 기준 280건으로, 21대 국회의 63건보다 4배 이상 많다.

 

비판의 핵심은 법안의 방향이 아니라, 숙의 없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방식에 있다. 견제를 방해로, 비판을 발목잡기로 여긴다면 다수는 독선이 된다. 브레이크 없는 권력은 언제나 자기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넘어진다.

 

한쪽은 과거에 매달려 현실을 못 보고, 다른 한쪽은 현재의 힘에 취해 미래를 못 보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신 재단하려는 순간, 정치의 평형기관은 이미 고장 난 것이다.

 

귀의 균형이 무너지면 몸이 쓰러지듯, 민심을 잃은 정치는 반드시 휘청거리기 마련이다. 민심을 잃은 권력의 결말은 늘 같았다. 역사는 그 판결을 한 번도 번복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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