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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통가, 중동發 고유가·고환율에 혹독한 '생존 몸부림'

냉장육 대신 비축 냉동육으로 '대체'…신선식품도 냉동으로
물류비 절감위해 '혼재 적재' 검토·대형차량 운행 횟수 줄여

 

[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유통업계가 혹독한 봄을 맞았다.

 

치솟는 유가와 고환율은 단순히 '비용 상승'을 넘어 유통사의 상품 구성과 배송 전략 등 수익 구조 자체를 근본부터 흔들어 놓는 형국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자체 에너지 절약 방안 등을 실천하고, 쿠팡을 포함해 배송 의존도가 높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들도 물류비 절감을 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형마트는 고객 직접 배송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산지에서 물류센터, 다시 점포로 이어지는 내륙 운송비의 가파른 상승이 부담이다.

 

유가 상승에 의한 운송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 대형마트는 상품 카테고리별로 질서정연하게 쌓던 기존 원칙 대신, 차량 내부 공간을 1%라도 더 채우기 위해 여러 품목을 섞어 싣는 '혼재 적재'를 검토 중이다.

 

점포에서의 진열 편의성보다 비상 상황에 닥치면 화물차를 한 대라도 덜 보내는 '물류비 절감'을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 소형차를 여러 대 운영하는 대신 대형차량을 우선 배차해 운행 횟수 자체를 줄이는 '벌크업' 전략이 현장의 대세가 됐다.

 

고환율로 수입 소고기 상품의 지형도 변화했다.

 

축산유통정보 '다봄' 기준으로 5일 현재 가격이 1년 전보다 28% 이상 오른 미국산 냉장육의 빈자리는 5∼6개월 전 저렴할 때 비축해둔 냉동육으로 대체됐다.

 

한 대형마트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고려해 기존 미주·대양주 중심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이 30% 높은 아일랜드산 소고기를 도입하며 원가 방어에 나섰다.

 

'국민 생선' 고등어도 마찬가지다. 환율과 물류비 영향으로 몸값이 25% 이상 뛴 노르웨이산 고등어 대신, 가격이 절반 수준인 칠레산 태평양 참고등어가 매대를 점령하게 됐다.

 

수입 과일 시장도 고환율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었다. 단기 환율 영향이 적은 냉동 과일 상품을 늘린 게 대표적이다.

 

한 대형마트는 미국 달러 대신 호주 달러로 결제할 수 있는 '호주산 칼립소 망고' 물량을 세 배 이상 확대하며 환차손을 차단하고 나섰다.

 

또 노르웨이 냉동 연어 수입 물량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기존 달러 결제에서 노르웨이 크로네로 변경해 '환 헤지(Exchange rate hedge)'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비 상승은 공급망 최전선인 산지까지 흔들고 있다.

 

예컨대 4월은 산란기를 앞둔 삼치가 가장 맛이 오를 시기지만, 현장 어민들은 조업을 포기하고 어망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한다.

 

조업에 들어가는 유류비가 기대 수익을 넘어서면서 '잡을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지 조업 중단은 곧바로 수산물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배송 원가 상승을 억제에 사활을 걸었다. 고유가는 배송의 수익구조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송경로를 조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기존에는 배송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최단 경로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 개의 물품을 하나의 경로에 담는 '묶음 배송'으로 변화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경로 최적화'를 위한 인공지능(AI) 도입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적용할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차량의 공회전과 가감속을 최소화해 연비를 극대화하는 노선을 AI를 통해 산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송 기사가 부담하는 비용이 늘면 배달 수수료를 인상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결국 재계약하거나 가격 조율을 할 텐데 이는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물류용 비닐 소모품인 '스트레치 필름'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유통사들은 4월 재고를 확보하는 동시에, 다음 달 가격 인상에 대비해 신규 거래처 발굴과 재활용 원료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일회성 소모품마저 '귀한 몸'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한 대형마트는 점포별 발주 물량을 확대해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유통기업들은 자체적으로도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전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출퇴근 차량 5부제'를 실시하며 상징적인 절약 행보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지난달부터 개인과 업무용 차량을 대상으로 '승용차 5부제(요일제)'를 시행하고 임직원들의 유연근무제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일부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고객이 적은 평일 한산한 시간대의 무빙워크 정지, 사무공간 조명 소등을 시행 중이다.

 

롯데마트는 전국 53개 점포에 태양광 설비를 운영해 연간 6천400t(톤)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매장 내 조명도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로 전환해 연간 2만MWh(메가와트시)의 전력 사용량을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