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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터뷰]섬세함과 화려함을 넘나드는 여유

한복 짓는 여자 박술녀


[문화투데이 = 조성윤기자] '대충대충'이 없는 한식과 닮아있는 한복의 아름다움


"한복은 한식과 비슷해요. 한식은 대충 차린 단품이 아닌 여러가지 음식을 한상 차려놓고 먹는 점이 특징이 잖아요? 한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속저고리, 속적삼, 저고리, 치마 등 차례대로 갖춰입어야 하는 형식이 있다는 점에서 한식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제가 만드는 한복은 가격대가 좀 높긴하지만 구찌,샤넬 등 해외명품은 가격이 비싸도 사람들이 이해하며 사잖아요. 한복은 우리나라의 옷인데 왜 그런 인식이 없는거죠?"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를 청담동 '박술녀 한복'에서 만났다. 그녀의 목소리 톤은 생각보다 낮았고 스타카토처럼 경쾌했다. 많은 방송 경험과 유명인들과 작업을 해온 연륜이 말해주듯 매우 인간적이고 동시에 솔직했다. 인터뷰를 할 때도 버릴 말이 없었고,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했다. 그리고 명쾌하게 행동한다.


"한달에 하루라도 편히 쉬면 소원이 없을 정도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한복을 만들기 시작한 30년 동안 일요일도 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쁜 색감의 원단을 보면 마음이 설레여요."


솜사탕같기도 하고 하늘빛 같기도 한 색감이다. 그녀가 만드는 한복에는 소녀감성이 녹아있다.


"핑크색, 파란색, 옥색, 비단의 그 은은한 광택, 고운 결을 마주할때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요. 고운 색감, 예쁜 원단, 저 예쁜거 너무 좋아하거든요."


24세에 이리자 한복명인의 제자가 된 후, 서른살에 한복집을 차리고 ‘박술녀한복’의 시대를 연 그녀의 말에 한복에 대한 애정과 3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외로움이 서려있다.



'한복 디자이너', 그 매력적인 이름


독보적인 솜씨만큼 이름과 얼굴이 알려져 바쁠만도 한데 그녀에게는 그 흔한 비서도 매니저도 없다. 매장으로 걸려오는 전화부터 상담까지 모두 일은 직접 처리하는 완벽주의자다.


"매장에 찾아오는 분이나 전화를 주시는 분이나 저에게는 소중한 고객입니다. 누구에게나 성의 있고 진실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죠. 저에 대한 관심은 곧 한복에 대한 관심이 아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몸이 좀 피곤해도 대부분의 일은 제가 직접한답니다."


한복을 짓는 일은 고독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저고리 하나를 짓는 데만 열을 이상이 걸리고 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을때 필요한 소품이 많아 모두 만들려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저는 예술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한복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입은 옷은 우리 아들이 입던 자켓에 색동비단 안감을 넣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었는데 어때요? 괜찮지 않나요?"


한복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한복만 알거라고, 그녀의 평소 패션이 올드할 것이라는 편견은 그야말로 편견이었다. 그녀의 믹스매치 감각은 트렌드의 흐름을 읽고 있었다.  


한복을 어울리는 외모가 따로 있을까? 어떤 외모와 체형이 한복과 어울리냐는 물음에 박술녀는 단호하게 답한다.


"한복에 어울리려면 체형, 분위기,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한복을 아끼고 좋아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입었을 때 빛이 나는 옷이에요. 한복은 한복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워요. 저는 한복의 아름다움이 널리 퍼지길 바랍니다. 유명 연예인 고객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죠. 그들이 입으면 한복 자체가 홍보가 되는거 아니겠어요? "


가짜가 진짜인 척, 어설픈 프로가 주류를 이루는 현실 속에서 나는 청담동에서 인간미 있고 한복이 무엇인 줄 아는 진짜를 프로를 만났다. 그녀와 그녀의 한복은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사진/이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