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오송 식약처 앞에서 양계농가 3000여명이 모여 계란난각에 산란일자 표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문화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내년 2월부터 '계란산란일자 표기'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계농가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강경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검출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계란전쟁' 사태가 어디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문정진)는 18일 '대한양계협회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집회에 경찰 수사가 왠말이냐'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목적에 맞춰 집회를 실시했으나 피치 못한 상황을 맞이해 계획적이지 않고 의도적이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였는 바, 관계당국은 양계 농가가 마치 의도적․계획적으로 한 것인 양 호도하고 수사를 해 책임을 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대한양계협회 소속 등 양계 농민 1500여명은 지난 13일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산란일자 표기, 식용란선별포장업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농민들은 "계란 낙간의 산란일자 표기 즉각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류영진 식약처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 내부로 진입하려는 농민들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지며 식약처 정문 철문이 넘어진 것.
▲ 18일 오후 4시 10분 현재 집회 이후 고쳐진 식약처 정문.
경찰은 이를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로 보고 대한양계협회에 집시법 위반으로 수사를 요청한 상태이다. 경찰은 다음주 양계협회장과 집행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 장소를 벗어나 식약처 안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것은 집시법 위반"이라며 "관련자들의 형사처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이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계란 난각의 산란일지표기를 철회하라는 목적으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농민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계획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축단협 관계자는 "의도적이거나 계획적인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집시법에 의해서 집회를 했고 과격 행동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어쩔 수 없는 피치 못한 상황이 되다 보니 (식약처 정문)문이 열린 것이고 현재 양계쪽이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까지 오다보니 일부 과격하신 분들이 일부 과장되서 언론에 비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이날 식약처장 면담을 요구하는 등 대화를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식약처는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며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식약처 정문을 몇 차례 흔들었는데 문이 허술해 쓰러지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의도된 행동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도 양계농민들은 집회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집회는 오늘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다"면서 "현재 전국 농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오해된 내용들을 이해시키는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 이후 식약처장 공식 면담을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식약처는 내년 1월 1일부터 세척란의 냉장유통 의무화를 시작하고 2월 23일부터는 계란 껍데기에 생산자 고유번호와 사육번호 등 6자리 외에도 산란일자 표기를 의무화 한다. 또 4월25일부터는 전체 계란소비 중 56%(약 80억개)를 차지하는 가정용 계란의 유통·판매는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양계농가들은 계란에 산란일자를 표기할 경우 산란일자 확인 과정에서 세균오염 등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최근 생산된 계란만을 선택해 나머지 계란의 폐기처리 또한 농가가 부담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인력 부족 등으로 일일히 계란마다 산란일자를 표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계란 껍질에 난각표시 보다는 유통기한 포장 표기가 현명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