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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야외 활동엔 자외선 차단이 필수

피부암, 4년 새 34% 증가…"없던 점 생기고 모양·크기·색조 변하면 의심"

 

[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봄볕엔 며느리, 가을볕엔 딸'이라는 속담은 며느리보다 딸을 더 아끼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빗댄 말이다. 자외선량이 많은 봄볕에 나가 일하는 게 가을볕보다 더 까맣게 그을릴 수 있다는 사실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속담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상 데이터를 보면 봄철(3∼5월) 이후 6월까지의 평균 일사량이 가을철(9∼11월)보다 50%가량 더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요즘 같은 계절에 야외 활동량이 많으면 햇볕 속 자외선에 강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여름인 7∼8월의 경우 대기 중 습기의 농도가 높기 때문에 자외선의 양은 오히려 5∼6월보다 적다

    
과도한 자외선 노출에 따른 위험 질환으로 지목되는 건 단연코 피부암이다. 과거에 자외선 노출을 햇볕에 그을리는 정도 수준의 위험으로 인식한 것과는 크게 달라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피부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어 자외선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피부암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8년 2만3천605명에서 2022년 3만1천661명으로 4년 새 34% 증가했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권순효 교수는 그 이유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햇볕 노출 시간과 자외선 누적량이 많아진 점, 각종 야외 활동과 여행을 즐기면서 햇빛 노출이 늘어난 점, 과거보다 대기 오존층이 얇아진 점 등을 꼽았다.


피부암은 우리 몸의 조직 중 가장 넓은 피부에 생기는 악성종양을 통칭한다. 

    
저명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2012년)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햇빛에 들어있는 자외선A(UV-A)는 피부를 구성하는 표피와 진피의 상층부를 관통해 DNA 돌연변이와 직접적인 독성으로 피부암을 일으킨다.

    
이런 피부암은 크게 '악성흑색종'과 '비흑색종 피부암'으로 나뉜다.

    
이중 악성흑색종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내는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 때문에 생기는 피부암으로, 뇌와 척수로 암세포가 전이되는 기질이 있다. 국내 5년 상대 생존율이 약 60%에 그칠 만큼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에게서는 주로 손발에 발생한다. 가려움이나 통증 같은 자각 증상이 없고, 증상 부위가 검은 반점처럼 평범하게 보여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검은 점이 새로 생긴다든지, 이미 있었던 검은 점의 모양·크기·색조가 변할 때는 악성 흑색종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악성흑색종이 손바닥, 발바닥, 손발톱에 주로 나타나고, 이후 궤양, 출혈, 결절 형성 등의 변화를 보인다"면서 "손발톱에 나타난 띠 모양의 흑색 선이 주변부로 퍼져 나가는 형태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얼굴이나 노출 부위에 가려움증이 없이, 빨갛거나 갈색으로 진물이 나는 상처가 생기고, 일반적인 연고를 발라도 전혀 호전되지 않는다면 비흑색종 피부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비흑색종 피부암은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으로 나뉘는데, 악성흑색종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이 중 기저세포암은 대부분 얼굴(코, 뺨, 눈꺼풀, 이마 등)에 발생하지만, 목이나 귀, 입술, 유두, 음경에도 생길 수 있다. 종괴의 경계가 둥글게 말려 있는 형태가 특징적이라 '쥐가 파먹은 것 같은 모양의 궤양'으로도 불린다. 

    
기저세포암의 경우 자외선에 간헐적으로 짧은 시간 과다하게 노출되는 게 직업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보고된다. 또 방사선 노출 및 면역 억제 시에도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편평세포암은 피부의 각질을 형성하는 세포에서 발생하며 얼굴과 목에 많이 생긴다. 각질이 많이 일어나거나 마치 혹이나 사마귀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피가 나거나 궤양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랜 시간 자외선 노출로 피부 표면에 생기는 단단한 각질 증상인 '광선각화증'이 점차 암으로 진행하는 특징이 있다.

   
편평세포암은 발생 위험도가 자외선 노출량에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만성 궤양, 화상 흉터, 만성 골수염의 고름, 사람유두종바이러스감염, 면역 억제, 일부 유전성 피부질환 등에서도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피부암의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ABCDE 룰'을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A는 비대칭(Asymmetry)이다. 점을 반 갈랐을 때 양쪽 모양이 매우 다르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B는 경계부(Border)로, 점과 달리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피부암의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C는 색깔(Color)이다. 색깔이 균일하지 않고 여러 색이 섞여 있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D는 크기(Diameter)로, 대략 6㎜ 이상이 되면 피부암의 위험도가 높다고 본다. E는 점점 커지는지 경과를 보라는 뜻의 '이볼빙'(Evolving)이다. 

    
권순효 교수는 "피부암은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생기지만, 점이나 검버섯, 궤양 등 다른 피부 증상과 유사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만약 5가지 기준에 해당한다면 피부암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부과에서 검사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피부암의 일차적 치료는 수술로,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부의 정상조직까지 완전히 절제한다. 수술 후에는 피부이식술 등으로 피부를 재건해준다. 수술 외에는 전기로 태우는 소작술이나 냉동치료, 방사선치료, 이미퀴모드 연고 등이 있다. 악성흑색종의 경우에는 수술 외에 방사선치료와 항암화학요법 등이 동원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시 선크림, 양산, 모자, 의복 등을 이용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물놀이처럼 장시간 강한 햇볕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긴팔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챙기는 게 바람직하다. 

    
또 자외선 노출 부위에는 2시간 이내 간격으로 방수가 되는 자외선차단제를 반복 도포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대병원운영 보라매병원 성형외과 박지웅 교수는 "피부암은 어떤 종류이든 기본적으로 반점으로 시작해 점점 크기가 커져 종괴로 진행한다"면서 "평소 자외선 차단 노력을 습관화하고, 피부에 새롭게 점이나 종기 등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