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일상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돼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들이 몸속으로 침투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그간 발표된 미세플라스틱 관련 각종 연구 결과를 종합해 그 위험성을 진단했다.
지난 2019년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연간 평균 7만4천개에서 12만1천개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들이마시거나 먹고, 마시는 형태로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우리가 마시는 탄산음료와 수돗물, 야채, 과일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목격되고 있으며 공기 중에도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원인 셰리 메이슨은 "우리가 입고 있는 합성섬유로 만든 옷도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고 있으며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음식 등 우리 주변에는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WP는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각종 질병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의 여러 기관으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기 중으로 흡입된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큰 입자는 기도에 걸려 재채기 등으로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만 10㎛(마이크로미터)보다 더 작은 입자들은 폐포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
특히 2.5㎛보다도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산소와 동일한 통로로 혈류로도 흘러 들어갈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사실상 몸속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세플라스틱이 태반이나 간, 모유 등에서도 발견된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몸속으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우리 몸의 방어 세포인 대식세포(大食細胞)로부터 공격받지만, 대식세포는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지 못해 결국 죽고 만다.
이후 다른 대식세포들도 같은 과정을 통해 사라지게 되면 결국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위협받게 되는 셈이다.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대학의 라파엘레 마르펠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3월 동맥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인 사람들은 뇌졸중과 심장병, 조기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인간 세포에 대한 실험 결과 미세플라스틱은 조직 손상과 알레르기 반응, 세포 사망 등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특히 미세플라스틱에 포함된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 A 같은 화학물질은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생식계통의 문제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P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1만여개 화학물질 가운데 2천400개 이상이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지난 2월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 학술지에는 특정 암세포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이후 빠른 속도로 퍼진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초미세먼지(PM2.5)의 절반 크기에 해당하는 나노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에서야 겨우 나노 플라스틱 입자를 연구할 수 있는 도구를 확보했으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노 플라스틱까지 포함하자 생수 한 병에 포함된 플라스틱 입자가 과거 연구 결과보다 100배에서 1천배는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일부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WP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1950년대부터 생산된 80억톤가량의 플라스틱 가운데 지금까지 10%도 안 되는 부분만이 재활용됐으며, 나머지는 매립지나 바다, 해변 등에 축적돼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 플라스틱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