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모든 약물은 오남용을 유의해야 하지만 학구열 강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주의를 요구하는 약이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치료제로 잘 알려진 '메틸페니데이트'가 그것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집중력을 조절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는 약물로 의료용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에 해당한다. 화학식은 C14H19NO2다.
6세 이상 소아 및 청소년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등 증상을 나타내는 정신과 질환인 ADHD 치료 등에 활용된다.
복용 시 도파민 등 수치를 높여줘 집중력, 업무 수행 능력 등을 일시적으로 향상하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약'으로도 와전돼 있다.
하지만, 이 약을 오남용할 경우 두통, 불면증, 식욕 감소 등 부작용은 물론 심각한 경우 환각, 망상, 자살 시도까지 나타날 수 있다.
또, ADHD 환자가 아닌 사람이 사용할 경우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호주 멜버른 대학 신경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바우먼 교수 연구팀은 ADHD 환자가 아닌 사람이 메틸페니데이트 등을 사용하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욕은 높아질 수 있어도 막상 작업 생산성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약을 처방받는 10대 청소년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식약처는 지난해 이를 처방받은 10대 환자가 8만6천여명으로 전년 대비 약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전체 환자(약 28만 명)의 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10대 청소년이 학업을 위한 각성 효과를 노리고 이 약을 오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엄연한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진찰 시 ADHD 증상 등을 속여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식약처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주성분으로 하는 마약류 의약품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10월에 가장 많이 처방된다는 조사 결과를 2020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환자 35%는 만 10∼19세였고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구 내 사용량이 가장 많았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중독재활센터장은 "일부 10대는 어떤 증상을 꾸며내야 의사로부터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마약'으로 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도 "메틸페니데이트가 '공부 잘하는 약' 등으로 와전돼 오남용 문제가 발생한다"며 "약의 본래 목적과 전혀 다르게 이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치료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처방 과정에 더 강한 허들이 필요하다"며 "실시간 처방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우리나라에는 마약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부족하다"며 "10대 청소년은 물론 부모도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