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우리 국민의 약 절반이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1명은 답답하고 분한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30대가 높은 수준의 울분을 겪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을 위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의 주요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올해 6월 12∼14일간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1천2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에서 울분 수준은 1.6점 미만(이상 없음), 1.6점 이상∼2.5점 미만(중간 수준), 2.5점 이상(심각 수준) 등 3개 구간으로 나눴고, 1.6점 이상은 중간 수준 이상의 울분 속에 있거나 그런 감정이 계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로 규정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여러 문헌에서는 울분을 부당하고, 모욕적이고, 신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지는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설명한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9.2%가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 응답자도 9.3%나 됐다.
다만 연구진이 수행한 이전의 전국 성인 대상 울분 조사와 비교했을 때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다는 비율은 이번이 제일 낮았다.
울분과 자살 생각을 비교해 본 결과, 2.5점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겪는 이들의 60.0%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진이 성과 연령, 교육·소득수준 등 인구 사회적 변수에 따른 울분 점수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연령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2.5점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겪는 비율은 만 60세 이상(3.1%)에서 가장 낮았다.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 비율은 30대에서 13.9%로 가장 높았는데, 30대는 1.6점 미만의 정상 상태 비율(45.7%)도 가장 낮았다.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자신의 위치를 묻고 상중하 3개 구간으로 나는 뒤 울분 점수를 비교했을 때 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의 60%가 장기적 울분 상태에 해당한 것과 달리, 자신을 상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61.5%가 이상 없다고 답했다.
최근 1년 부정적 사건을 하나라도 경험한 경우는 전체의 77.5%를 차지했다.
'전반적인 세상의 공정함에 대한 믿음' 점수는 만 60세 이상(3.42점)에서 가장 높았다.
20대와 30대는 모두 3.13점으로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는 점수가 가장 낮았다.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사회정치 사안에 대해 얼마나 울분을 느끼는가'를 4점(매우 울분) 척도 물었더니 전체 평균 점수는 3.53점으로 나타났다.
같은 문항을 적용한 이전 조사까지 포함했을 때 울분을 일으키는 사회정치 사안 상위 5위 안에는 ▲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 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 ▲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 등이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올해 조사에서는 상위 5위 안에 ▲ 안전관리 부실로 초래된 참사 ▲ 납세의무 위반이 새로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