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대부로 불리는 삼중스님이 지난 20일 경주 자비정사에서 입적하였다. 세수는 82세 법랍은 66년이다. 현재 동국대 경주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되어 스님과 불자들이 조문하고 있으며 24일 오전 발인한다.
삼중(三中) 스님은 재소자 교화 활동으로 유명하다. 지난 60여 년간 재소자들에게 불음(佛音)을 전파하여 갱생의 길로 인도했다. 특히 사형수들과는 아주 가깝게 지내면서 죄를 참회하고 정신적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교화 활동을 펼친 것으로 세상에 잘 알려져 있다.
삼중스님은 16세 때인 1958년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하였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경산스님의 제자가 되었으며,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대구 용연사, 계림사, 개운사 주지를 거쳐 구례 화엄사 주지 직무대행을 역임하였다. 이후 삼중스님은 포교 일선에서 활약하였고, 특히 재소자 교화에 뛰어 들었다.
삼중스님은 소외된 이들의 생활 현장에서 함께하는 동사섭 수행을 실천했으며, 특히 60년 가까이 재소자 교화 활동을 펼쳤다. 사형수를 상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사형 집행 현장을 지켜보기도 해 ‘사형수의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삼중스님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2022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돈이나 권력으로 잘 마무리해서 교도소에 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이 없어서 작은 실수를 하고도 엄청난 형벌을 받는 사람이 지금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차별에 항거해 야쿠자를 사살하고 일본 형무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재일동포 김희로씨 석방 운동을 펼쳐, 그의 석방과 귀국에 기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안중근 유해 찾기 운동에도 헌신한 삼중스님은 수십 차례 중국을 방문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삼중스님은 지난 10여 년간 투석 치료를 해오다가 지난 20일 입적하였다. 삼중스님은 '길', '가난이 죄는 아닐진대 나에게 죄가 되어 죽습니다', '사형수 어머니들의 통곡', '그대 텅빈 마음 무엇을 채우랴', '사형수들이 보내온 편지', '사형수의 눈물을 따라 어머니의 사랑을 따라' 등 여러 저서를 남겼다.
삼중스님은 제자 현도스님에게 입적 전 “영결식을 하지 말고 조의금을 받지 말라”고 하면서 “유해는 산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삼중스님은 입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열반송을 남겼다.
少年入山 逢佛祖(소년 입산 봉불조)
八公山野 修空道(팔공 산야 수공도)
六十平生 轉法輪(육십 평생 전법륜)
一朝無憂 走本鄕(일조 무우 주본향)
소년 시절 가야산 해인사에 입산하여 부처님과 조사님들의 밀의(密意)를 만났네
팔공산 주변 사찰의 주지를 하면서 공도(불교의 참 진리)를 닦아 정진하였네
뒤돌아보니 60평생 법륜을 굴려 국내외 불문 동분 서주 교화 활동을 펼쳤네
이제 하우 아침에 근심 걱정 사라지니 본래 왔던 고향으로 빨리 달려 가누나
삼중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종정표창, 대한적십자사 박애상 금상,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목련장 등을 수상했다. 삼중스님의 위패는 경주 자비정사에 봉안되며 부도탑을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