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눈의 황반은 시력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부위다. 빛을 감지하는 고도의 기능을 가진 광수용체가 이곳에 밀집돼 있어 색을 구별하고 사물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황반에 노폐물이 쌓여 점차 시력을 잃게 되는 '황반변성' 환자가 크게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한안과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황반변성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2019년 20만471명에서 2023년 49만7338명으로 4년간 148.1%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70대 36.4%, 60대 30.1%, 80대 이상 22.8% 등으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89.3%를 차지했다. 황반변성 환자 10명 중 9명이 60대 이상 고령인 셈이다.
황반변성이 무서운 건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서서히 시력을 잃고 결국 실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황반변성은 백내장, 녹내장과 함께 3대 노인성 안질환으로 꼽힌다.
황반변성은 크게 망막의 광수용체와 세포들이 죽는 '건성(비삼출성)'과 황반 아래 맥락막에서 새 혈관이 자라는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문제는 습성 황반변성이다. 이 질환은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맥락막 신생혈관'에 의해 황반이 손상돼 시력이 저하되면서 실명으로 이어진다.
반면 건성은 시력 저하가 천천히 진행하다가 습성으로 악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건성 단계는 황반 조직의 왕성한 활동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인 노폐물인 '드루젠'이라는 물질이 황반부에 쌓이는 시기다. 이때는 시력 저하가 거의 없지만, 습성이 되면서 맥락막에 이상 혈관이 생기고 이로 인해 출혈, 부종 등으로 시력이 크게 떨어진다.
건성 황반변성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노안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출혈과 망막이 붓는 증상이 동반하면 심할 경우 영구적인 시력 소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황반변성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나이, 유전적 소인, 심혈관계 질환, 흡연, 고콜레스테롤 혈증, 자외선 노출, 낮은 혈중항산화제 농도 등이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담배의 경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견줘 황반변성이 발생할 위험이 50%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황반변성의 증상은 시력이 떨어지고, 부엌이나 욕실의 타일, 건물 등의 사물이 구부러져 보이는 '변형시'가 가장 큰 특징이다. 사람을 쳐다볼 때 얼굴은 안 보이고 팔·다리만 보이는 중심암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망막 밑에 생긴 신생혈관의 증식과 이로 인한 출혈이 망막을 구부러지게 만드는데, 편평해야 할 망막이 볼록하게 솟아올라 시력에 이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만 발생한 경우 아직 정상인 반대편 눈에 의지해 증상을 깨닫지 못하고 지내다가 반대편 눈에도 시력 저하가 온 뒤에야 병원을 찾기도 한다.
윤준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대개 나이가 들면 황반에 변화가 오게 되는데, 눈이 침침해지거나 사물이 휘어져 보이고 시야 한가운데가 검게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황반변성을 의심할 수 있다"면서 "황반변성은 일단 시력장애가 시작되면 이전의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황반변성 환자가 시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황반부의 구조적인 손상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시력은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황반변성은 정기적인 자가검진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이 발생하기 전, 즉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반변성은 바둑판처럼 가로세로 줄이 많이 그어져 있는 종이를 한쪽 눈으로 쳐다보면 이상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무언가 휘어져 보인다면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달력의 숫자를 일정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상 징후가 보이면 병원을 찾아 혈관조영술과 광간섭 안구 단층촬영을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산화작용을 늦춰주는 게 중요하다.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패스트푸드나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항산화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등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하는 것도 추천된다.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제와 아연, 루테인, 제아잔틴의 섭취가 황반변성의 진행 위험을 낮추고 습성 황반변성의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도 있다.
황반변성 치료에는 혈관 형성을 막는 항체를 눈에 주사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항체를 직접 안구 내로 주사하면 신생혈관을 억제하고 출혈, 부종이 감소해 시력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주사 간격은 평균적으로 1년에 5~7회 정도다.
김주연 세란병원 안과센터장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며 생활습관 교정, 안구 내 주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가 진행된다"며 "일찍 발견할수록 망막세포 손상이 적어 치료 효과가 좋은 만큼 조기 발견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