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당뇨병연맹(IDF)이 제정했다.
국내에서도 고령화 속에 당뇨병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내놓은 '당뇨병 팩트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60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0년의 당뇨병 환자 수 312만명의 2배 가까운 수치다. 또 학회가 2012년 분석 당시 2050년에나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당뇨병 환자 수 591만명을 30년이나 앞서 넘어선 것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보다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건 당뇨족, 당뇨성창상,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의 다양한 이름을 가진 '당뇨발'이다.
문제는 당뇨발의 종착점이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혈액순환 장애와 함께 혈관 속 높은 당수치가 신경세포를 죽여 발의 감각이 무뎌지면 상처가 생겨도 모른 채 방치하게 되고, 이게 염증으로 발전해 심해지면 절단이 불가피하다.
통계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15∼25%에서 당뇨발이 생긴다.
당뇨발로 인해 한쪽 다리를 절단하면 2년 안에 다른 쪽까지 절단할 확률이 50%나 된다. 다리를 절단한 당뇨병 환자가 5년 후에 사망할 확률은 최소 39%에 달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당뇨발 증상은 신경장애로 인한 이상 감각이다.
초기 증상은 발이 시리고 저리면서 화끈화끈하다. 개개인에 따라서는 발에 무언가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나 밟을 때 마치 모래나 구슬 위를 걷는 듯한 이상 감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이상 감각과 통증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도 있다.
신경이 완전히 파괴되면 발의 감각이 둔해진다. 이렇게 되면 발에 상처가 나고 다치거나 고름이 잡혀도 본인은 아픈 줄 모른 채 지내다가 상처가 커지고 심해져서야 문제를 인식한다.
또 자주 발이 붓고 피부에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해지고 갈라져서 상처가 나는 경우도 많다.
운동신경 이상으로 인한 증상으로는 발가락의 작은 근육들이 마비되면서 발생하는 발가락 변형을 꼽을 수 있다. 이 경우 신발이 잘 맞지 않고 굳은살이나 상처가 잘 생긴다.
반면 발이 시리거나 찬 증상이 나타나고, 발가락이 갑자기 까맣게 썩는 건 당뇨병에 의한 혈액순환 장애 때문이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오래됐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사람은 당뇨발 합병증 위험도가 더욱 높다. 만약 발의 색이 붉거나 검게 변하는 경우, 수포나 궤양 등의 사소한 변화가 있다면 의사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당뇨발의 치료는 크게 보존적 치료와 수술로 나눌 수 있다.
보존적 치료는 드레싱으로 육아 조직 및 혈관의 생성을 돕는 방식이다. 여기에 혈관 확장제, 조직의 재생을 돕는 상피세포 성장인자(EGF), 고압산소 치료 등을 통해 상처의 치유과정을 촉진한다.
요즘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패치를 부착해 궤양 부위를 재생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수술적 방법으로는 감염되고 죽은 조직을 수술로 제거한 다음 건강한 조직으로부터 상처 치유가 시작되도록 하는 절제술과 크고 깊은 상처 조직을 다른 부위의 살로 덮어 주는 재건 수술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당뇨발은 매우 작은 문제에서 비롯되는 만큼 초기에 제대로만 관리하면 심각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환자라면 평소 철저한 혈당 관리를 하면서 매일 발의 상태를 점검하고 발의 위생과 보호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뇨발 중 상당수는 발톱을 깎다가 생기는 상처, 꼭 끼는 신발로 인한 물집이나 굳은살 등의 사소한 상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신체활동을 열심히 하는 당뇨병 환자일수록 당뇨발로 인한 절단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성모병원 성형외과 이윤재·김재원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당뇨병 저널'(Journal of Diabetes) 최신호에서 2009∼2012년 당뇨병 진단을 받은 192만3천483명을 대상으로 신체 활동 수준에 따른 다리 절단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 당뇨발로 절단 수술한 환자는 4천454명(0.23%)이었다.
연구 결과 규칙적으로 신체 활동을 지속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견줘 다리 절단 위험이 현저히 낮았다. 여기서 규칙적인 운동은 주당 3일 이상, 하루 최소 20분 동안의 격렬한 활동 또는 주당 5일 이상, 하루 최소 30분 동안의 중간 강도 활동으로 정의됐다.
특히 고강도 신체활동(무거운 물건 나르기, 달리기, 유산소 운동, 빠른 자전거 타기 등)을 지속한 그룹은 신체 활동이 없는 그룹보다 다리 절단 위험이 50% 낮았다. 중간 강도 신체활동(가벼운 물건 나르기, 정상 속도로 자전거 타기, 테니스 치기 등)이나 걷기만 한 그룹에서도 이런 효과가 각각 45%, 38%로 집계됐다.
또한 신체 활동이 '비활동에서 활동으로' 변화한 환자 그룹에서도 하지 절단 위험은 29%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다.
이윤재 교수는 "과거에는 신체활동 자체가 발 감각이 손상된 당뇨병 환자의 궤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체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당뇨병 환자의 발바닥 압력 분포, 말초 감각 기능 등을 개선해 궤양 발생 위험을 줄이고 피부 손상 및 절단의 중요한 위험 요소인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신체 활동 효과는 특히 고령층이나 기존 당뇨병 합병증이 있는 환자에게 더욱 중요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