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에 고압의 전기를 흘려보내 암세포를 파괴하는 '비가역적 전기천공법'(IRE)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만득·권준호 교수 연구팀은 수술이 힘든 췌장암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IRE 치료를 시행해 생존기간 연장 등 임상적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은 전체의 20% 수준으로, 환자 대부분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암세포가 주변 혈관이나 장기에 침범했을 경우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평균 생존기간은 진단 후 6∼11개월 정도다.
연구팀은 이처럼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다중전극 방식의 IRE 장비를 활용한 전기천공법 치료를 시행하고 예후를 추적 관찰했다.
IRE는 암 조직 주변에 3∼6개의 전극을 삽입한 뒤 3천볼트 상당의 고압 전기를 흘려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열에너지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혈관이나 조직은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고압의 전기로 암세포의 막에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미세한 크기의 구멍이 여러 개 생기고, 이 미세 구멍이 세포의 내외부 균형을 무너뜨려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기존에는 암 조직 주변에 3∼6개의 전극을 하나씩 삽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연구팀은 통으로 된 전극에 3∼4개의 작은 전극을 고정한 다중전극 방식으로 IRE 장비를 개선해 수술에 활용했다.
그 결과 개선된 방식의 IRE 치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 13명의 시술 후 생존기간은 평균 20.7개월로, 기존 IRE 시술 11∼14개월 대비 최대 9개월가량 늘어났다.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은 평균 43.9개월로, 기존 IRE 시술 17∼27개월에서 최대 26개월 이상 연장됐다.
김만득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도 "수술이 불가능하고 항암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항암제 부작용으로 다른 치료 선택권이 없는 환자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30일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에서 열리는 인터벤션 영상의학회(SIR)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