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구재숙 기자] 미국이 상호관세 적용을 90일 유예하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관세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한 데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출 효자로 부상한 K-푸드·화장품·패션업계는 충격이 크다.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기업들은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세후 이익이 1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다.
원자재 수입이 많은 중소기업도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가 적정하다며 1,500원을 넘어서면 버티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환율과 관세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하면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식품산업은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로 높아 재료 수입 단가 상승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복수의 식품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업체는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세후 이익이 국내 사업 기준으로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강달러에 더해 주요 식재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27.1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식품기업들은 고환율과 식재료 가격 상승에 사업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업계획을 환율 1,400원대 기준에서 1,450원대로 수정했으나 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경영난이 가중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소비 침체 장기화와 고환율·고유가 등 국제정세 악화, 이상 기후로 인한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식품업계는 또 미국 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를 예고한 데 대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양식품은 관계 부서와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관세 대응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 대응 정책을 수립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출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원료 구매 자금을 지원하고, 농식품 수출바우처와 수출보험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면세점 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강달러)에 더 큰 고민에 빠졌다.
환율이 오르면서 면세 쇼핑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달러 기준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면세점은 환율이 실시간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여서 일부 제품은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면세점들은 환율 보상 포인트·쿠폰으로 쇼핑 부담을 낮추고 있으나 환율 영향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브랜드와 가격 조정 협상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제품 판매가를 원화 기준으로 변경하거나 기내 면세점처럼 고정환율을 적용하는 등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일부 식품을 수입하는 대형마트들도 환율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섰다.
이마트는 원/달러 환율 1,500원을 가정해 매일 신선·가공식품 등 수입 가격을 시뮬레이션하며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노브랜드 냉동 삼겹살의 산지를 지난 1월 스페인에서 네덜란드로 바꿨고 냉동 칵테일 새우살 수입국도 베트남·인도에 이어 페루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트레이더스·에브리데이 통합 대량 매입으로 구매 협상력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고환율 가격 방어를 위해 미국산 오렌지를 지난해에는 특대과를 주로 팔았지만, 올해는 소과를 선보여 가격 부담을 절반으로 낮췄다. 노르웨이산 연어회 매입량은 평소보다 네 배가량 늘렸다.
홈플러스도 연간 계약과 산지 다변화, 사전 수매 등 전략을 통해 가격 상승 최소화에 나섰다. 특히 냉장 수입고기 대비 상대적으로 강달러 영향이 적은 독일·스페인산 냉동 삼겹살 물량을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