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오는 11월 16일은 '세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날'이다. COPD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폐질환 이니셔티브(GOLD)가 국제호흡기학포럼(FIRS)과 함께 2002년 제정했다.
COPD는 흡연과 미세먼지 등으로 기도가 좁아지고 허파꽈리(폐포)가 손상돼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COPD 환자는 2021년 19만2천636명에서 2024년 21만7천649명으로 13% 증가했다. 환자의 80%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세계적으로도 COPD는 사망 원인 3위의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비전염성 5대 질환 중 하나로 COPD를 꼽았다.
◇ 초기 증상, 감기·천식으로 오인 많아…급성 악화 땐 사망위험 높아
COPD는 40세 이상 성인의 12.7%(약 359만명)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가벼운 기침', '끈적한 가래', '활동 시 숨 가쁨' 정도라 감기나 천식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다가 병이 진행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고, 흉부 압박감, 쌕쌕거리는 호흡음, 가래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COPD는 특히 천식과의 구별이 중요하다. 천식은 비흡연자나 젊은 층에서도 흔하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지만, COPD는 주로 40대 이후 흡연자에게서 발생이 많고 시간이 지날수록 폐 기능이 서서히 감소하는 '진행성 질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만약 요즘처럼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겨울, 기침이 오래가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증상이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COPD의 신호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COPD 유병률이 높은데도 환자의 상당수가 심폐 기능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상태에서 처음 진단받을 정도로 진단이 매우 늦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폐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진 후에야 COPD의 주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흡 곤란,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갑자기 심해져 일상적인 증상의 변화 범위를 넘어서는 '급성 악화'가 발생하면 3.3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이다. 만성적인 호흡곤란으로 발생하는 심혈관계 질환, 폐암 등의 다양한 합병증 또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안진 교수는 "COPD는 단순한 기침이나 숨찬 증상, 천식 등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증상이 가볍더라도 전문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확인하면 질환의 진행을 막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발병 원인 1순위는 '흡연'… 미세먼지·유해물질 노출도 위험
COPD의 주요 원인은 단연 '담배 연기'다. 담배 속 유해 물질이 기도를 지속해 자극하면서 점막을 손상하고 염증을 반복적으로 일으킨다. 실제 COPD 환자의 대부분은 흡연력이 있다.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19.6%(남성 32.4%, 여성 6.3%)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세먼지도 COPD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질산염·황산염 등 화학물질이 포함된 초미세먼지는 코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폐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심화시킨다. COPD 환자가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급성 악화 위험은 물론 폐렴과 폐암 가능성도 커진다.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COPD)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 농도가 '보통' 이하로 나빠지면 '좋음'일 때보다 COPD 환자 입원율이 1.6배 높아지는 연관성을 나타냈다.
또한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고 3일이 지난 후에 COPD 급성 악화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실내외의 오염된 공기, 분진이나 가스 등의 장기간 노출, 유전력, 면역력 등도 COPD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 COPD 악화 막으려면 규칙적인 운동 필수…"걷기부터 시작해 강도 높여야"
COPD의 악화를 막으려면 진단 후 규칙적인 중·고강도 운동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강도 운동은 달리기·등산·빠르게 자전거 타기 등이, 중강도 운동은 걷기·보통 속도 자전거 타기·청소 등이 각각 해당한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COPD 진단 전 규칙적인 중고강도 운동을 한 적 없는 40세 이상 환자 11만97명을 8년간 추적 관찰해 국제학술지 '체스트(CHEST)'에 발표한 논문(2023년)을 보면 중고강도 운동을 늘린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견줘 사망과 중증 악화 위험이 각각 16%, 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강도 운동을 매회 20분 이상, 주 3일 이상 하거나 중강도 운동을 매회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는 운동에 관심이 없던 환자라도 일주일에 5일 이상 중강도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 임상적인 이득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다면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해 점차 빠르게 걷기나 등산 등으로 강도를 높이고, 하체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면서 "운동 강도와 방법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춘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 금연은 COPD 늦추는 최선책…"40대 이후부턴 폐기능 검사 도움"
COPD의 기본 치료는 기관지확장제 기반의 흡입요법이다. 여기에 환자의 염증 정도나 임상 양상에 따라 흡입 스테로이드가 병용된다. 하지만 병이 많이 진행돼 폐가 이미 손상된 상태라면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OPD 환자에게 금연은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최선책이다. 금연을 통해 폐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급성 악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COPD 상태에서 담배를 계속 피우면 급성 악화가 자주 발생해 입원 위험과 사망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또 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지를 측정하는 폐기능 검사는 COPD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급성 악화 및 합병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1월부터 만 56세와 66세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폐기능 검사를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
고령의 환자에게는 폐렴구균이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이 감염에 의한 급성 악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중증의 COPD 환자라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대기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추위에 실내에서 고체연료를 이용한 난방과 요리를 한다면 수시로 공기를 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진 교수는 "40대 이후에는 정기적인 폐기능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규칙적인 신체활동 역시 숨이 차는 증상을 완화하고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호흡을 편하게 하고 우울감·불안 같은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꼭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