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국민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출하는 의료비가 1인당 평균 2억5천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비를 가장 많이 쓰는 연령대인 '지출 정점'이 과거보다 7년이나 늦춰지며 고령기 의료비 부담이 급격히 심화하고 있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생애 의료비 추정을 통한 건강보험 진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평생 지출하는 성·연령별 생애 건강보험 진료비는 비급여 항목을 포함해 약 2억4천656만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금액과 환자 본인이 내는 법정 본인부담금, 그리고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비용까지 모두 합친 수치다.
◇ 지출 정점 71세→78세로 이동…"고비용 이용 기간 길어져"
눈에 띄는 변화는 의료비 지출이 가장 집중되는 시기다. 지난 2004년에는 71세(약 172만원)에 의료비 지출이 정점을 찍었으나, 2023년에는 이 연령이 78세(약 446만원)로 7년이나 뒤로 밀려났다. 지출액 자체도 2.6배나 급증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개인이 생애에서 가장 비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간 자체가 기대수명이 늘어난 폭 이상으로 뒤로 밀리며 길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의료비를 더 많이 쓴다. 여성의 생애 진료비는 약 2억1천474만원으로 남성(1억8천263만원)보다 약 3천211만원을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의 약 117.7%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5.8년 더 오래 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단순히 수명이 긴 만큼 의료 서비스 이용 기간과 비용이 함께 늘어난 결과다.
◇ 동네의원·약국 이용 빈도 높고, 암 걸리면 1억원 이상 필요
우리가 평생 내는 의료비는 어디로 가장 많이 흘러갈까?
요양기관별로 분석한 결과, 약국(3천993만원)과 의원(3천984만원)에서 가장 많은 지출이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종합병원(3천497만원)과 종합병원(3천388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동네의원과 약국을 자주 이용하며 평생에 걸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30세에 암이라는 중증 질환을 진단받는다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30세에 암에 걸릴 경우 사망할 때까지 암 치료로만 평균 1억1천142만원을 더 써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암종별로는 췌장암이 약 2억2천675만원으로 가장 큰 비용이 들었고, 폐암(약 1억1천498만)과 유방암(약 1억431만원) 등도 1억원을 웃돌았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건강보험 재정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과거 2004년에는 기대수명이 1년 늘어날 때 생애 진료비가 20.1% 증가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 2023년 기준으로는 수명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진료비가 51.8%나 폭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층이 많아질수록 고가 의료기술과 장기적인 돌봄 서비스 이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연구를 진행한 이수연 연구위원 등은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년기에 질병 없이 보내는 기간을 늘려야만 고령 사회의 충격과 사회적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만·흡연·음주 등 생활 습관 관리와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한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