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도지사 김문수) 남한산성이 한국의 11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됐다.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World Heritage Committee)는 지난 22일 아침 9시 35분 (한국시간 15시 35분) 카타르 도하 국립컨벤션센터(Qatar National Convention Centre)에서 열린 제38차 회의에서 한국이 신청한 '남한산성'에 대한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 등재를 확정했다.
우리나라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지난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 양동·하회’ 이후 4년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석굴암ㆍ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 창덕궁, 수원 화성(1997),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2007), 조선왕릉(2009), 하회 ·양동 역사마을(2010)에 이어 통산 11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이번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총 49건의 등재신청 유산 중 사전 완전성 평가에서 탈락한 9건을 제외한 40건(문화유산 28건, 자연유산 9건, 복합유산 3건)을 대상으로 등재 여부 심의를 했다. 이 중 남한산성은 24번째로 심사 대상에 올라 최종 ‘등재’로 발표됐다.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경기도대표단 단장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1개 세계유산위원국을 대상으로 한 감사 인사를 통해 “오늘 이곳, 이 자리에서 남한산성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음을 감사히 여기며, 대한민국과 경기도는 동아시아 역사 중심인 남한산성을 강력한 보호체계와 예산지원으로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지난 4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평가결과보고서에 남한산성을 등재권고로 평가하면서 이미 등재가 예상됐었다.
남한산성은?
남한산성은 문화재보호법이 제정·시행되면서 1963년 1월 사적 제57호로 지정됐다. 남한산성은 크게 성곽을 중심으로 하는 산성과 행궁 구역으로 나뉘는데 행궁은 임금이 임시로 거주하는 왕궁이란 뜻이다.
성곽의 길이는 총 11.76km로 본성이 9.5km, 외성이 2.71km다. 면적은 총 3만 6447㎢로 성 안쪽이 2317㎢(6%), 성 바깥쪽이 3만 4130㎢(94%)를 차지한다. 광주시가 22.920㎢(63%)를 차지하며 하남시 8.818㎢(24%), 성남시가 4.709㎢(13%)를 차지한다.
남한산성 내에는 성곽과 행궁 외에도 수어장대, 연무관, 숭열전, 청량당, 현절사, 침괘정 등 6개의 경기도 지정문화재가 있으며 망월사지와 개원사지 등 경기도 기념물도 2개가 있다. 연간 이용객이 320만 명에 이르며 주차장과 화장실, 탐방로, 역사관, 야외공연장, 광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남한산성처럼 우리 역사와 오랜 기간 함께 한 성곽도 드물다.
남한산성은 신라 문무왕 12년인 672년 주장성이란 이름으로 처음 지어졌다. 당시 당과의 전쟁에 대비해 쌓은 최전방의 전진기지였다. 고려시대 광주부사 이세화는 1231년과 1232년에 몽고군 침입을 남한산성에서 막아냈다.
남한산성은 조선시대 인조 2년 1624년에 다시 축성에 들어가 1626년 공사를 완료했다. 남한산성행궁은 인조4년 1626년 완성됐으며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47일간 머물며 항전하던 곳이다. 이후 숙종, 영조, 정조가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을 참배하러 가는 길에도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말기에는 근대 항일의병들이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며 1907년 일본이 폭파를 단행하면서 산성 내 많은 시설물이 파괴되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왜 남한산성을 세계유산에 등재했나?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갖고 있는 부동산 유산이 대상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10가지 평가기준을 갖고 있으며 문화유산은 이중 어느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보고서에서 남한산성이 ‘오랜 시간 동안 또는 세계의 어떤 문화지역 안에서 일어난 건축,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계획 또는 조경설계의 발전에 관한 인간적 가치의 중요한 교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등재기준 2와 ‘인류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건조물의 유형,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 또는 경관의 탁월한 사례이어야 한다.’는 등재기준 4를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이코모스는 남한산성이 ▲ 동아시아지역의 무기발달과 축성술이 상호 교류한 군사유산이며 조선의 자주·독립의 수호를 위해 유사시 임시수도로 축조된 유일한 산성도시인 점, ▲ 자연지형을 활용해 성곽과 방어시설을 구축함으로써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축성술의 시대별 발달 단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세계유산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남한산성에는 몸을 숨겨 총이나 활을 쏠 수 있는 여장(女墻)과, 총을 쏠 수 있도록 뚫어놓은 구멍인 총안, 포를 쏠 수 있는 포루가 존재한다. 초기 성벽만 있던 형태에서 무기 발달에 따라 성의 형태가 변화한 것이다.
남한산성의 구성을 살펴보면 중앙에 행궁이 있으며 좌측에는 종묘에 해당하는 좌전, 우측에는 사직단에 해당하는 우실이 있다. 주변은 성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성문이 있다. 중국 역대왕조의 수도 건설 원리였던 주나라의 문서 주례동관고공기(周禮冬官考工記)를 따른 것이다. 이코모스는 이같은 증거가 인간적 가치의 교류를 강조한 등재기준 2를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남한산성에는 7세기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 인조, 숙종, 영조, 정조 등 각 시대별 성벽의 흔적이 모두 남아있어 시대별 축성술의 발달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는 인류역사의 단계를 보여줘야 한다는 등재기준 4를 충족시키는 요건이다.
이밖에도 이코모스는 ▲완전성 측면에서 세계유산적 가치를 반영하는 유산이 잘 남아있고 효과적인 법적 보호체계와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이라는 단일 민간 전담기구를 통해 보존 관리되고 있다는 점, ▲진정성 측면에서는 남한산성의 형태와 디자인, 재료와 구성물질, 용도와 기능을 비롯해 역사적 구성 요소가 삼국사기 등 다양한 사료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어떤 의미가 있나?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남한산성이라는 우리의 유적이 세계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유적임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남한산성은 등재와 동시에 세계적 관심을 받게 됐으며 향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를 통해 기술적, 재정적으로 원조도 가능하게 됐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른 관광객증가도 예상된다. 남한산성은 서울과 인접해 있어 국내 및 외국인 관광객 유입효과가 타 유산에 비해 클 것으로 예상되며 외국인 한국 여행 시 추천 방문 필수 코스의 하나로 부각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기도로서는 도가 주도한 세계유산 등재사업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세계유산은 그동안 중앙정부가 주도했지만 남한산성은 경기도와 민간전문기구인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이 힘을 합쳐 주도했다.(6페이지 경기도 노력부분 참고). 이번 사례는 향후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도는 평지성(수원화성)과 산성(남한산성)인 세계문화유산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광역 지자체가 됐다.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어떻게 이뤄졌나?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지금으로부터 지난 2007년 7월 경기도 광주시가 30년 넘게 갖고 있던 남한산성 관리권한이 경기도로 전환되면서 시작됐다.
지난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남한산성은 공원이 소재한 광주와 하남, 성남시 산림녹지과에서 분할 관리하면서 체계적 관리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었다. 2007년 1월 남한산성을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도립공원답게 도가 주체가 돼 공원전체를 관리해야 한다.”며 관리체제에 전환을 지시했다. 이어 그는 “남한산성은 실제로 외부와의 전쟁이 치열했던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며 “이런 곳을 두고 다른 엉뚱한 박물관에 200~300억 원씩 들이는 것은 낭비”라며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관리체제 전환 이후 경기도는 남한산성을 보존․관리하기 위한 기구로 국내 최초 문화유산 민간 전문 관리 기구인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을 2009년 출범시켰으며, 이후 총 47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남한산성의 보존과 활용,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의 중요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의 주관으로 지난 2010년 1월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공식 등재된 남한산성은 이후 2011년 2월 문화재청의 국내 잠정목록 우선 등재 추진지 선정, 2013년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제출, 2013년 9월 이코모스 현장 실사 등의 과정을 거쳐 2014년 6월 공식 등재의 영광을 안게 됐다.
경기도는 지난 2000년부터 남한산성 복원사업에 도비 538억 원과 국비 146억 원 등 684억 원을 투자했으며 세계유산 등재사업에도 2009년부터 도비 19억 원과 국비 1억 4000만 원 등 20억 4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등재 이후 남한산성의 발전방향은?
경기도와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남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확신하고 지난 2월 등재 이후의 주요 사업과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을 이미 수립했다.
도는 먼저 오는 7월 24일 남한산성행궁에서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고 이후 비전을 선포하는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수원 라마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국내외 세계유산 전문가가 참가하는 ‘남한산성 등재 기념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해 등재 이후 세계유산 남한산성의 보존관리 방향을 정립할 계획이다.
9월에는 남한산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로고 안내판 제작 및 설치를 완료하고 9월 20일부터 남한산성 등재기념 대국민 문화축제를 열어 본격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등재 이후 중장기 계획으로는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국제적 기준의 남한산성 유형·무형유산의 체계적인 보존관리계획과 ▲대폭적인 관광객 증가에 대비한 방문객 관리시스템 구축,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경기도의 수원화성, 조선왕릉을 연결하는 문화관광벨트 조성 등 남한산성을 세계적인 역사문화유적지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 등이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