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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농협 강호동號, 뇌물 스캔들·선거비리·내부 비위로 '총체적 위기'

강 회장 금품수수 의혹으로 출국금지…국감서 '사퇴' 거론
간부 불공정거래 의혹·부실심화 등 금융계열사들도 '논란'

[문화투데이 김태균 기자] 206만 조합원이 있는 농협을 이끄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중대한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월 17년 만의 직선제를 거쳐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됐지만 선거 과정에서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강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강 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강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한 사실이 30일 알려지면서 범농협그룹이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 용역업체서 1억원대 수수 의혹 국정감사 집중질타

 

강 회장은 회장 선거가 있던 지난해 1월 전후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인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강 회장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시기 업체 대표가 그에게 두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전달하며 사업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한 게 아닌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경남 합천군 율곡농협 조합장을 지낸 강 회장은 작년 1월 농협중앙회 제25대 회장으로 선출돼 3월 취임했다.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강 회장은 수뢰 의혹으로 집중포화를 받았다.

 

국감에서는 강 회장 측이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 정황이 제시됐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송파구에서 벤츠 안에서 5천만원, 그리고 2023년 12월 서울역 인근에서 5천만원 해서 1억원을 받았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농협유통이 지난해 10월 24일 나라장터에 하나로마트 경비·미화 용역업체 선정 경쟁 입찰을 공고했다가 다음날 갑자기 이를 취소한 일이 국감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입찰 공고가 나자 용역업체 대표가 강 회장에게 협박 문자를 보냈다는 제보를 소개했다.

 

임 의원은 "해당 용역업체는 올해 농협에서 39억6천700만원을 수의계약으로 받았다"면서 "입찰을 취소했으면 다시 공고하는 게 맞을 텐데 재공고 없이 돈을 건넨 업체가 수의계약을 했다. 이러니 의심받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 의원은 강 회장이 율곡농협 조합장 시절인 2022년 8월에도 홍삼세트 상자에 든 2천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녹취록을 공개했다.

 

전 의원은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퇴 의향이 있나"라고 물었다.

 

강 회장은 여러 의원들의 추궁에도 즉답을 피하고 "경찰 조사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라고만 답했다.

 

◇ 강 회장 '보은 인사'도 도마 위에…조합장 선거 비리 이어져

 

강 회장의 '보은 인사'도 큰 문제로 꼽혀왔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농협의 상무급 22명 중 18명이 강 회장의 선거 캠프 출신인 '낙하산 인사'라면서 "경찰의 (중앙회장 집무실) 압수수색은 내부적으로 자초한 면이 있다. 선거 도와준 사람에 대한 보은 인사가 그런 의혹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난 29일 "강 회장의 법망을 피한 '꼼수 보은 인사'를 근절해야 한다"면서 '농협금융지주 임원 결격사유 강화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강 회장의 측근인 A 씨의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의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현행법의 맹점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는 입법 개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위탁선거법을 위반해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올해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형이 확정된 A 씨는 농업협동조합법 적용을 받는 기관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금융사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

 

윤 의원은 "그동안 농협중앙회장에게 몰려있는 과도한 권한을 분산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왔지만, 강호동 회장은 이에 역행해 회장 중심의 엽관적 지배구조를 심화하고 농협을 '회장의 사유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후 농협중앙회와 금융 등 계열사에 선거캠프 출신 인사 등을 대거 앉혔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강 회장은 이번 국감에서 상임(상근) 임원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면서 취임 이후 1년 6개월 중 출근한 날은 단 40일에 불과했지만 5억원 가까이 급여를 수령하며 겸임 제도를 악용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농협 조합장 선거 비리도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전국 조합장 선거법 위반 사례가 4천78명이고 이 중에서 60%가 기소됐다"며 "돈선거"라고 말했다.

 

'골드바' 조합장 선거도 수면 위로 올랐다.

 

서울 중앙농협 김충기 조합장이 2023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전 조합원에게 금 15 돈 지급과 무료 해외 견학을 공약으로 내걸어 최근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김 조합장은 당선 이후 조합원들에게 골드바를 지급했다.

 

◇ 농협계열사들도 논란…증권 간부 불공정거래 의혹·부회장 인사개입 혐의

 

농협의 금융 계열사들도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로 구설수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부문 고위 임원이 상장사 공개매수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 임원은 최근 2년여간 NH투자증권이 주관한 11개 상장사 공개매수 관련 중요 정보를 직장 동료와 가족 등 지인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해 약 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비리 의혹도 있다. 검찰은 지난 28일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불법 대출과 관련해 NH농협은행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농협 상호금융(제2금융 농협) 등의 부실도 깊어졌다.

 

농협 상호금융 총 연체금액은 지난해 말 9조5천억원에서 6개월 만인 지난 6월 말 거의 18조원으로 급증했다.

 

농협의 경제사업도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농협경제지주 산하 11개 자회사 중 네 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이 각각 398억원과 352억원의 적자를 내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