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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하림, 글로벌 해운기업 도약 최종 문턱서 '좌절'

산업은행과 HMM 매각협상서 의견차 못 좁혀 '최종 결렬'
하림 "인수무산, 안타깝고 유감…해운산업 발전위해 노력"

[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을 인수해 재계 13위로 도약하려던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12월 18일 HMM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매각 측인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와 7주간의 협상을 벌였지만,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하림그룹은 HMM 매도자 측과 입장 차이가 커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림은 벌크 전문 선사인 팬오션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물류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팬오션·JKL 컨소시엄과 매각 측의 협상은 지난달 23일까지가 시한이었다가 지난 6일로 한 차례 연장됐으나 양측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 했다. 

    
매각 측은 7일 자정쯤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HMM은 당분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를 유지한다.

    
하림그룹은 이날 오전 HMM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거래 협상이 최종 무산된 데 대해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 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림은 산업은행 등이 보유 지분 매각 후에 과도하게 경영 개입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매각 측은 하림이 HMM의 10조 넘는 유보금을 해운업 발전이 아닌 다른 곳에 쓰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맞서왔다. 특히 해양진흥공사와 해운업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가 하림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 강했다.

    
하림은 막판 협상 과정에서 ▲ HMM의 현금배당 제한 ▲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의 조항이 담길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매각 측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틈이 벌어졌다. 

    
결정적으로 하림이 컨소시엄으로 함께 참여한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매각 측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협상 결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 측은 이날 오전 HMM 경영권 인수가 무산된 데 대해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 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벌크선사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은 그동안 컨테이너 선사 HMM까지 인수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HMM 인수를 추진했다.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내세운 하림그룹이 HMM을 품으면 자산은 42조8천억원으로 불어나 CJ그룹(40조7천억원)을 제치고 13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27위다. 하림이 인수하려던 HMM은 재계 19위로 자산이 하림그룹보다 8조8천억원 많은 25조8천억원이다.

    
애초 하림은 '닭고기'로 유명한 종합식품기업이다.

    
창업자 김홍국 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에게 병아리 10마리를 받아 키워 파는 것을 시작으로 종잣돈을 만들었다. 1978년 전북 익산에 황등농장을 설립해 육계사업에 진출했고 1986년 하림식품과 1990년 하림을 설립하면서 축산뿐만 아니라 사료·식품 가공·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하림은 2015년에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1조80억원에 인수하면서 해운업계까지 진출했다.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을 갖춘 팬오션을 인수해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하림그룹은 글로벌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까지 사들여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대형 선사로 부상해 물류 사업 영역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었다.

    
김홍국 회장은 앞서 지난해 12월 하림그룹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우리 해운산업이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하려면 규모화가 돼야 한다"면서 "글로벌 5위에 들어가겠다"는 포부를 연합뉴스에 밝힌 바 있다.

    
하림그룹은 자금을 확보하는 대로 HMM 주식 인수 대금을 지급하고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거쳐 연말까지 HMM 경영권을 가져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 하림그룹의 HMM 인수 계획을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라는 우려 섞인 말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6조4천억원 정도로 알려진 HMM 인수자금이다. 하림그룹은 팬오션의 최대 3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2조원 이상의 인수금융을 중심으로 한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에서 제기된 자금 부족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팬오션 시가총액보다 훨씬 규모가 큰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나왔다.

    
해운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선 하림그룹이 HMM의 건전 경영을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자금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하림이 덩치가 더 큰 기업을 인수해 그룹 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자금력이 약한 하림이 HMM을 인수하면 글로벌 해운사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도 우려하기도 했다.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한 10조원 넘는 현금성 자산을 HMM의 경쟁력 강화가 아닌 돈줄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여전했다.

    
HMM 해원노조는 하림이 HMM의 유보금을 다 쓰고 몇 년 뒤 불황을 견디지 못해 HMM을 파산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면서 매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림 측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에 대해 부당한 비난과 허위 주장들이 일부 언론과 노조 등을 통해 제기됐지만,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응할 수 없었던 것 또한 비밀준수계약을 성실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하림은 "이번 HMM 인수 협상 무산에도 불구하고 벌크 전문 선사인 팬오션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물류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