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충북 영동의 한 농민이 최고급 포도인 '루비로망'을 양액재배 하는 데 성공했다
양액재배는 생육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용해한 배양액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기술이다. 딸기나 채소류 재배에는 많이 활용되지만 다년생인 과수에 적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영동군 황간면 안광성(58)씨는 지난해 1천500㎡의 비닐하우스 안 양액배드에 루비로망을 심어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루비로망은 알 크기가 탁구공만 하고 당도가 매우 높은 품종이다.
2016년 일본 도매시장 경매에서 1송이(900g)가 110만원(약 1천200만원)에 낙찰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도로 이름을 날렸다.
5년간 딸기 양액재배를 해 온 안씨는 지난해 딸기 넝쿨을 걷어낸 양액배드에 루비로망 묘목 120그루를 심고 성장단계에 맞춘 필수 영양소를 공급했다.
지난 3월 꽃을 피운 포도는 포기마다 10여 송이씩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가고 있다.
안씨는 "과수의 경우 양액재배 기술이 축적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지만 딸기 재배 경험을 살려 포도송이를 매달고 키우는데 성공했다"며 "다음 달 수확이 이뤄지면 국내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몇몇 농가가 루비로망 재배를 시도하지만 숙성기 포도알이 터지는 열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양액재배가 이런 현상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정당국도 그의 도전을 주목하고 있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 양액재배를 활용한 과일 생산이 시도되고는 있지만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라며 "포도알이 정상 크기로 굵어지고 당도 등도 유지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포도 생산지 중 한 곳인 영동군에는 전국의 8%, 충북의 75%에 해당하는 1천46㏊의 포도가 재배돼 미국 등 해외 5개국에 수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