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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보검스님이 만난 취현 송준영 시인

불교 선시 계보 계승…계간 '시와 세계' 발행인, 22년간 86호 발간

송준영 시인은 불교적 사유 세계를 기반으로 불교 선시(禪詩)를 써 오고 있다. 선시는 선(禪 )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경지를 짤막한 율문(律文)으로 나타낸 시를 말한다. 선시는 시(詩)와 선(禪)의 만남이다. 선시는 범불교적 종교시가 아닌 불교 선종(禪宗)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정신적 경지를 표현한 한, 시 창작 장르로서 운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선시의 시작은 게송(偈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송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가타(gatha)의 음역인 게(偈)와 중국어 풍송(諷誦)의 송(誦)이 합쳐 이루어진 말로 운율의 형식을 갖춘 경전의 일종으로, 경전에서 불설이 설해지는 양식과 성질을 열두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는 12분교의 하나이다.


송준영 시인은 우리 문단의 중견 시인으로서 주로 아방가르드 계통의 시를 써오고 있다. 아방가르드는 프랑스에서 생긴 용어인데, 사회에서는 전위 예술(前衛藝術)에 적용하여 예술, 문화, 사회에 대한 실험적·급진적·비전통적인 작업과 작가 모두를 이르는 말이다. 종종 미적인 혁신과 생경한 거부감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아방가르드 시는 선불교의 정서와 통하는 사상적 동질성이 있다. 선시는 중국 한국 일본에서 선가(禪家)의 수준 높은 도승(道僧)들이 수행상태의 깨달음의 경지를 시로써 표현해 왔다. 


고승들의 오도송(悟道頌) 열반송(涅槃頌)은 다 선시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근세 선불교의 중흥조(中興祖)라고 할 수 있는 경허선사, 만해 선사, 무산 선사 등이 선시 계보를 이어 오고 있다. 취현 송준영 시인은 무산 선사로부터 전법게(傳法偈)를 받을 정도로 심지(心地)를 인정 받았다.     
 

시가(詩歌)는 중국 고유의 문학 장르이지만, 선종사상이 중국에서 유행된 이후부터는 많은 문예가들이 시와 참선의 긴밀한 연계를 맺게 되었다. 선종은 당대(唐代)에 크게 흥성하였으며, 초·중당 시기에 많은 시인들이 선종의 영향을 받았고, 시를 창작함에 있어 선의 묘오(妙悟) 경지를 수용하여 선미(禪味) 농후한 시를 읊게 되었다.  
 

송대(宋代)에 이르러 선종은 고도로 발전하면서 더욱 광범하게 유행했고, 사대부에까지 선의 풍류가 일어 시와 선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대표적 시인으로 당의 왕유(王維), 두보(杜甫), 백낙천(白樂天), 한산(寒山), 그리고 송의 소동파(蘇東坡), 황정견(黃庭堅), 엄우(嚴羽), 청의 왕사정(王士禎) 등 대가들이 선사상에 심취하여 고격(高格)의 선시를 많이 창작하게 되었고, 이들이 한국이나 일본 시단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송준영 시인은 계간 '시와 세계'를 2003년부터 21년간 86호를 발행해 오고 있다. 시와 세계를 통해 배출된 문인들만 해도 수 백 명이나 된다. 근래에는 현대선시(現代禪詩) 시리즈 13권째 발행해 오고 있다. 현대선시 12호는 유안진 시인 외 47인의 시가 실려 있다. 13호는 이근배 시인 외 57인의 시가 게재되었다.    


송준영 시인은 현대선시 13호에 ‘용운당 봉완 대선사 찬(讚)’을 게재했다. 


분명함이여, 당당한 외 눈 외 코는 그대로 분명한 말씀이라
외 바다 외 몸 그대로 어디서 솟아남인가? 기미년
독립선언 공약 3장 가필(呵筆)하고 포효하는 용 구름이여!


1.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한 민족의 요구
2. 최후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의사 발표
3. 행동의 질서 존중, 광명정대한 주장


어디서 온 건가? 어찌 잊으리까? 옥중에도 세 가지 ‘말 것’
이르노니 ‘말 것 말 것’은, 응혈(凝血), 삼천만의 핏덩어리라
다시 한번 다짐하니


첫째, 변호사를 대지 말 것
둘째, 사식을 들이지 말 것
셋째, 보석을 요구하지 말 것


5000년 민족의 봉오리가 몰록 드러남이여! 민족의 기상, 님
가신 지 70여 년 심우장 북향 저소지에 저희는 서 있습니다


만 바다에 솟아 오른 달, 낱의 면목, 그대로 그대로입니다
   
                                                              -越祖  송준영
 ※만해(龍雲奉琓 1879∼1944)
 

이 찬(讚)은 송준영 시인이 만해 한용운 선사에 대한 찬시(讚詩)이다. 12호에는 수덕사 만공당 월면 대선사에 대한 시를 게재했다. 

 


송준영 시인은 수십 권의 저서가 있지만, 가장 정성 들여서 쓴 시론 ‘선시의 적기수사법 강설’에서 “전위적 현대 시는 모두 ‘무형식이 형식’이고 형식이 무형식이란 수사의 궤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선의 세계인 선시는 외적으로는 형식이 무형식의 궤를 하지만 내적으로는 ‘자성(自性0이 무자성(無自性)’이란 파격적인 특성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이것은 상투적인 관념과 정상화(定相化)된 언어로 본질에 닿을 수 없고, 선 자체가 두두물물(頭頭物物)의 본성이기 때문에 그러하고, 진리 역시 시공을 초월해서 있으며, 또한 있지 않음으로써 오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리하여 선시는 시공을 넘어선 언어의 세계와 언어 저 너머 세계를 궁극적인 당처(當處)로 보고자 한다”라고 적기 수사법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