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중국 고소득층에서 인기가 높았던 한국산 샤인머스캣 포도가 급속도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중국 내에서 샤인 머스캣 자체 생산이 늘고 품질도 높아지면서 한국산은 경쟁력이 떨어져 입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한 포도는 138만달러(약18억4천만원)어치로 전년(273만달러)보다 49% 감소했다.
한국의 대중 포도 수출액은 2017년까지만 해도 10만달러가 되지 않았다가 2018년 162만달러로 1년 새 16배 이상으로 불어났고 2021년 834만달러(약 111억원)로 정점을 찍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포도 수출액이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한국이 수출하는 포도 전체에서 샤인머스캣 비중은 지난해 기준 91%로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한국산 샤인머스캣은 중국산보다 가격이 몇 배 높아도 높은 품질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프리미엄 등급과 1등급 품질의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면서 한국산은 중국산에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중국 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한국산은 점유율이 8%로 낮아졌고 대부분은 중국산"이라면서 "중국산도 산둥성에서 생산하는 물량 중에는 우리나라 것보다 품질이 좋은 것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지난해 기준 120만 묘(약 800㎢)로 2013년 대비 60배로 늘었다. 이는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중국에서 샤인머스캣은 몇 년 전만 해도 '귀족 과일'로 불리면서 가격이 1근(500g)당 300위안(약 5만7천원)에 달했다. 하지만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후 최근 10위안(약 1천900원)을 밑도는 수준까지 급락했다.
중국의 소비 위축도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수요가 줄어든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 샤인머스캣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2%에서 지난해 3%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한국의 전체 포도 수출 금액은 2021년 386만달러에서 2022년 343만달러로 줄었다가 지난해 461만달러로 다시 증가했다.
대만이 중국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홍콩과 베트남을 제치고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대만으로 수출한 한국산 포도는 지난해 1천68만달러(약 143억원)로 1천만달러를 넘어섰다. 2021년만 해도 51만달러였으나 2년 만에 20배로 폭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산 포도 수출액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24%로 높아졌다.
한국산 샤인머스캣은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산, 중국산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산의 가격은 일본산과 중국산의 중간이다.
장기적으로 샤인머스캣 수출을 확대하려면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샤인머스캣 재배가 늘어나면서 당도가 떨어지고 껍질도 질기다는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포도수출연합 황 대표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줄여 품질을 높여야 외국 소비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 포도 수출이 지나치게 샤인머스캣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적색계 국산 신품종으로 생산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홍주시들리스와 레드클라랫, 글로리스타, 루비스위트 등의 수출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