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배춧값이 내렸다고 해도 아직 한 포기에 1만원이에요."
지난 25일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김장은 일단 더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 상인은 "이제 손님들도 (높은 채솟값을 두고) 그러려니 하는 듯하다. 더 놀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에는 아예 배추가 동나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매장 직원은 "점심 무렵에 다 나갔다"며 "애초에 물량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용산점에서도 판매 중인 배추는 많지 않았고, 고객 사이에서는 배추가 작다는 평이 다수였다.
고민 끝에 배추 한 포기를 바구니에 담은 한 소비자는 "급한 대로 겉절이 정도 해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추 품귀와 가격 강세는 가을배추가 본격 출하되기 전 일시적인 공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긴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여름철 생산되는 고랭지, 준고랭지 배추는 작황이 부진해 공급량이 감소했다.
최근 배춧값이 하락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작년보다 비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포기당 7천87원으로 1년 전보다 39% 높고, 평년보다 44% 비싸다. 평년 가격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이다.
물량 부족에 더해 품질 기준에 적합한 배추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김치업체는 자사몰에서 일부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배송을 늦추고 있다.
'종가 김치'로 잘 알려진 포장김치 1위 업체 대상은 당초 자사몰인 정원e샵에서 이달 중순이면 포기김치 판매와 배송이 정상화된다고 공지했다가 시점을 다음 달 초로 미뤘다.
포장김치 2위인 CJ제일제당도 자사몰 CJ더마켓에서 여전히 비비고 포기김치, 백김치 등 일부 제품을 '일시 품절'로 두고 있다.
한 김치 제조사 관계자는 김치 판매·배송 정상화 시점에 대해 "다음 달 초에 가을배추가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때 수급 상황을 보고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당장 김장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격이 높은 데다 시장에서 배추 물량을 찾기도 어려워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배추 부족과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장철이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배추 공급이 늘고 가격도 평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은 이달 상순 배추 한 포기에 9천299원이었으나 지난 21∼25일 평균 4천761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이후 더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중순까지 출하된 여름 배추의 결구(속이 차는 현상)가 부진해 상품성이 낮았으나 최근 출하되는 가을배추는 속이 꽉 찬 상품의 출하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11월 물량이 많아지며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농식품부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김장철 성수기에 배추 2만4천t(톤)과 무 9천100t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유통사 할인 행사도 지원한다. 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선 오는 12월 4일까지 농산물을 최대 40% 할인해주고 다음 달 20∼30일 새우젓과 굴 등 수산물을 최대 반값에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