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검찰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1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배임수재,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등 혐의로 홍 전 회장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홍 전 회장은 중간에 업체를 끼워넣거나 법인 소유 별장·차량 등을 사적으로 유용해 회사에 201억원의 손해를 끼치고(배임), 급여를 가장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식으로 16억5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남양유업의 거래업체 4곳으로부터 리베이트 43억7천만원을 수수하고, 자기 사촌 동생을 납품업체에 취업시켜 급여 6억원을 받게 한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이 2000년경부터 작년 4월까지 친인척의 생활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업체를 끼워 넣은 뒤 그 업체에 이른바 '통행세'를 지급해 남양유업에 유통마진 17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봤다.
이와 함께 법인 소유의 고급 별장과 법인 차량, 법인 운전기사, 법인카드 등을 사적으로 유용해 회사에 총 3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홍 전 회장이 2011년부터 작년까지 남양유업의 납품업체 운영자를 사내감사로 취임시킨 뒤 광고수수료 및 감사 급여를 지급한 뒤 돌려받았다고 보고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아울러 검찰은 2021년 4월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 감염 예방이 된다'고 허위 광고한 사건과 관련해 홍 전 회장이 홍보와 증거인멸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앞서 이 사건으로 대표이사 등 5명이 기소될 당시에는 홍 전 회장이 사실을 은폐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해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번 수사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직원에게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없애도록 지시하고, 수행기사에게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과의 수사 관련 문자메시지를 지우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홍 전 회장이 회사 소유의 고급 콘도를 개인 별장으로 사용한 혐의로 고발됐던 사건에서 콘도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조작한 자료를 제출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받아낸 사실도 확인해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연구소장 재직 당시 거래업체 3곳으로부터 리베이트 53억7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홍 전 회장과 함께 구속된 박모 전 남양유업 연구소장도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검찰은 홍 전 회장의 비위행위에 편승해 리베이트를 받거나 중간에 끼워 넣을 업체를 세우는 데 조력한 전직 구매부서 부문장과 전직 대표이사 2명 등 3명도 함께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은 회사를 사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한편 홍 전 회장의 일가 또한 회삿돈을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차량·직원을 사적으로 유용해 상장기업을 사(私)금고화했다"며 "회사 전반에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만연해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