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9.25%는 치매를 앓고 있고, 28.42%는 인지능력이 저하돼 치매로 악화할 위험이 있는 '경도인지장애'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치매역학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2023년 치매역학조사는 2016년 전국 치매역학조사 이후 7년 만에 시행한 전국 단위 조사다.
2008년 치매역학조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치매 유병률이 감소했지만, 이는 노인 세대에 진입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등 구조적 변화의 영향이 컸다.
2023년 기준 노인 치매 유병률은 9.25%로, 앞선 2016년 같은 역학조사의 9.50% 대비 0.25%포인트 감소했다.
치매 유병률이 소폭이나마 줄어든 데에는 1차 베이비붐(1955∼1963년) 세대의 노년기 진입, 노인 세대의 교육 수준과 건강 행태 개선 등이 이유로 꼽혔다.
65세 이상 인구 전체가 많아지면서 이 중 치매 환자 수의 비율을 추려내는 유병률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또 65세 이상 노인의 고등학교 졸업 이상 비율이 2017년 24.8%에서 2023년 38.25%로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음주와 흡연 습관 등도 점진적으로 개선된 영향도 있다.
반면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에 달해 2016년 22.25% 대비 6.17%포인트 증가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이 뚜렷하게 저하돼 있으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보존돼 치매가 아닌 상태를 칭한다. 의료계에서는 경도인지장애의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고 본다.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이 높아진 건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진단 기준이 세분화됐고, 치매 조기 검진이 활성화되면서 치매로 악화하기 이전 단계에서 진단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치매 유병률이 소폭 떨어졌으나 절대적인 환자 수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 기준 치매 환자 수는 97만명(유병률 9.17%)이고, 100만명을 넘는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됐다. 이후 2044년에 200만명을 넘겨 2059년에 234만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 조사에서 2025년 치매 환자 수가 108만명(유병률 10.32%)으로 예측됐던 것과 비교하면, 치매 환자가 완만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무경 중앙치매센터 팀장은 "노인의 특성과 건강 행태 등에 따라 국내 장래 인구 추계가 달라지면서 치매 환자 100만명 진입 시기도 바뀌었다"며 "치매 유병률은 2045년까지는 10% 내외로 유지되고, 환자 수가 정점을 찍는 2059년에는 약 12∼13% 정도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치매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2025년 298만명(유병률 28.12%)으로 300만명에 육박하고, 2033년에는 400만명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선 예측치였던 2025년 236만명, 2040년 403만명과 비교 시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치매는 여성, 고령, 농어촌, 독거가구,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성별 치매 유병률은 여성이 9.57%로 남성의 8.85%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75세 이상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고, 85세 이상은 20%대를 초과해 5명 중 1명꼴이었다.
연령 구간별로 보면 65∼79세까지는 남성의 치매 유병률이 여성보다 높았으나, 80세를 기점으로 여성의 유병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85세 이상에서 여성의 치매 유병률은 28.34%에 달한다. 같은 연령 남성은 11.36%다.
지역별로는 동 5.5%, 읍·면 9.4%, 광역시 3.8%, 도 8.5%로 도시보다 농어촌의 유병률이 높았다.
가구 유형으로는 독거 가구 10%, 배우자와 다른 동거인 5.2%, 배우자와 거주 4.9%, 교육 수준은 무학 21.3%, 고졸 2.6%, 대학교 이상 1.4%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별도의 치매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집에서 거주하는 지역사회 치매 환자 가족의 경우 45.8%가 돌봄 부담을 호소했다.
치매 환자의 거주 형태와 관계없이 가족이 돌봄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부담'(지역사회 38.3%, 시설·병원 41.3%)이었다.
병원·시설에 들어가기 전 가족 돌봄 기간은 27.3개월로, 돌봄이 중단된 사유는 가족 구성원의 경제·사회활동으로 24시간 돌봄 어려움 27.2%, 증상 악화로 인한 가족들 불편 25% 등이었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 1천733만9천원, 시설·병원 3천138만2천원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을 수립하고, 치매 지원 정책을 강화해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2008년부터 시행된 역학조사 중 최초로 치매 유병률이 감소했지만, 노인 세대에 진입하는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치매 환자의 절대적인 수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