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자신이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성인 8%만이 '연명의료 지속'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나 안락사, 의사조력자살을 원했다.
16일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따르면 성누가병원 김수정·신명섭 연구팀과 서울대 허대석 명예교수가 지난해 6월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실었다.
'본인이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결정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41.3%가 '연명의료 결정'을 택했다.
연명의료 결정은 무의미한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뜻한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지도 연장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겠다는 것이다.
'안락사'를 택하겠다는 응답자가 35.5%, '의사조력자살'이 15.4%로 뒤를 이었다.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은 모두 의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죽음을 유도하는 약물을 처방하는 것인데,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고, 의사조력자살은 환자 스스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연명의료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7.8%에 그쳤다.
연구진은 "국민 다수는 삶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고통의 연장을 거부하는 결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연명의료 결정, 안락사, 의료조력자살 등 용어 인식에 대한 혼란이 있으며, 특히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는 주관적 용어가 다양한 의료행위를 구분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존엄사가 객관적인 의료행위를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고 다소 모호하다 보니 의료행위의 법적, 윤리적 구분을 흐리게 해 여론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명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은 "존엄사라는 표현은 따뜻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안락사와 연명의료 결정을 뒤섞는 위험한 언어적 착시를 일으킨다"며 "통일된 용어 체계에 대한 교육·홍보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