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김태균 기자]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채를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의 '지방재정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지방채 발행 사유 가운데 하나인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예측할 수 없었던 세입 결함 보전' 문구를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사전에 예측할 수 없었던 긴급한 재정 수요에 필요한 경비의 충당'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기존보다 폭넓은 사유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공유재산 조성, 재해예방 및 복구사업, 교부금 차액 보전 등 비교적 제한된 목적에만 지방채 발행이 허용됐다.
실제로 이번 법 개정으로 일부 지자체는 지방채를 통해 소비쿠폰 등 민생사업 재원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광주시는 올해 1·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의 시비 부담분 204억원을 지방채로 충당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여러 지자체가 소비쿠폰 재원으로 재난·재해기금이나 예비비를 이미 사용해, 고갈된 재정을 지방채 발행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는 소비쿠폰 예산을 재해구호기금에서 사용했으나 당장 지방채를 발행해 메울 계획은 없다"면서도 "군·구 차원에서는 소비쿠폰 예산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려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순천, 제천 등 각 지자체가 잇따라 민생지원금 지급을 예고한 만큼, 이 재원에 지방채가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지방채 발행이 남발될 경우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작년 기준 전국 지자체의 예산 대비 평균 채무비율은 7.87%이지만, 광주 본청(21.93%), 서울 본청(21.52%). 대구본청(19.12%) 등 주요 광역시는 20% 안팎으로 평균의 세 배에 달한다. 여기서 채무 대부분은 지방채가 차지한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 아래 지방채를 발행하라는 일종의 '그린라이트'를 준 것"이라며 "이 경우 국채 발행을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 일부가 지방채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간 (선심성 정책을 두고) 경쟁이 붙을 수 있다"며 "재정을 나쁘게 보면 포퓰리즘성으로 쓰는 부분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채는 본래 공항이나 지하철 같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 사용해, 미래 세대가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성격의 재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쿠폰 같은 사업에 지방채를 활용하면, 혜택은 현세대가 보고 정작 미래세대가 빚을 갚아야 한다"며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위원은 "중앙정부는 균형재정 원칙을 따르지 않지만, 지방정부는 지방자치법상 균형재정이 원칙"이라며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해 일반 재원 목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모(母)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지방채 발행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행 한도를 초과했을 때 행안부와 사전 협의·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지방채 발행 한도제'를 보다 엄격하게 운영할 방침이다.
또 분기별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을 점검해 25%를 초과하는 지자체를 '주의' 단체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도 함께 운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