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내년부터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걸리는 기간이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줄어들 전망이다.
가격이 낮게 책정돼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신약의 코리안 패싱'을 해소하고자 이중 가격제인 '약가 유연계약제'(가칭)를 도입하고, 해외 대비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온 복제약(제네릭) 가격은 대손질한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이 같은 내용의 약가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보고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제약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높이면서도 약제비 부담은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보 적용을 앞당기기 위한 신속 급여화를 추진한다. 희귀질환 치료제를 일반 신약과 동일한 절차로 평가하면서 현장에서 신속한 사용이 제약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건보 적용을 위한 급여 적정성 평가와 협상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현재 최대 240일에 달하는 급여 등재 기간을 최대 100일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혁신 신약이 국내에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약가 유연계약제'를 마련해 그 대상을 대폭 늘린다.
현재 국내 약가가 해외에 비해 낮다 보니 일부 다국적제약사는 한국 시장에 신약을 출시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낮은 약가가 중국 등 주변 나라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국내 출시를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약의 코리안 패싱'이 지속해서 발생하면서 '단일 약가제'는 의약품의 적정 가치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정부의 약가 유연계약제는 의약품의 표시 가격과 실제 가격을 달리하는 방식의 이중 가격제다. 외부에 표시되는 신약 가격은 해외 주요국과 비슷하게 고시하되, 건보공단과 제약사는 실제 가격을 기반으로 별도 계약을 체결해 건보 등재 절차를 밟는 식이다.
그간 국내에서도 '약가 환급제'를 통해 사실상의 이중 가격제를 운용해왔고,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의약품의 이중 가격제가 일반적인 편이다.
정부는 약가 유연계약제 대상을 혁신 신약뿐만 아니라 신규 등재 신약, 약가 환급이 종료된 신약,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외부 가격과 실제 가격은 별개이므로 환자 부담금에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중증·난치질환 치료제 등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평가·조정할 때 임상적 성과를 반영하는 등 비용효과성 평가 체계를 고도화하고,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제약사에 약가를 가산하는 등 보상도 정교화한다.
필수의약품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2000년 도입 후 장기간 개선이 없었던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도 내실화한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의 진료에 꼭 필요하나 경제성이 없어서 생산 또는 수입 원가의 보전이 필요한 약을 칭한다.
퇴장방지의약품의 지정 기준 현실화, 직권 지정 활성화 등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원가 보전 기준을 높여 공급 차질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국가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약가 가산 대상을 확대하고, 우대 기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복제약 가격은 깎는다.
우선 복제약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가격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0%대로 낮춘다. 2012년 정부의 약가 개편 이후 10년 넘게 가격 변동 없이 최초 산정가(53.55%) 수준에서 유지되는 품목이 대상이다.
약가 산정률은 우리나라와 의료보험 체계와 약가 제도가 유사한 일본(40∼50%), 프랑스(40%)의 사례를 고려해 정해졌다.
저품질 복제약이 난립하지 않도록 늦게 출시되는 복제약의 가격을 더 낮게 매기는 계단식 약가 인하도 강화한다.
현재는 건보 등재 순으로 21번째 복제약부터 앞선 복제약 최저가의 85% 수준을 받을 수 있다. 22번째 복제약은 21번 복제약 가격의 85%로 책정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21번째가 아닌 11번째 복제약부터 계단식 약가 인하를 적용하되 5%포인트씩 깎는다. 10개 이상 복제약이 등재되면 1년 뒤 약가를 11번째 복제약 가격으로 일괄 조정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약가 제도 개선안은 이날 건정심 보고 후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개편안은 사안에 따라 내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건정심에서 건보 시범사업 성과평가도 논의했다.
올해 말 종료되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등 3개 사업을 2028년 12월까지 3년 연장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