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올해 1월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정부가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의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직접 인증에 나선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제각각 외치던 '고령친화' 구호가 앞으로는 중앙정부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쓸 수 있는 국가 공인 타이틀로 바뀐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인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마련하고 11월 20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이미 2024년 1월 공포돼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개정 노인복지법의 세부 실행 규정을 확정해 고령화 대응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도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도시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고령 친화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부가 정의한 '고령친화도시'의 기준이다. 개정안 제2조의 2에 따르면 단순히 노인 예산을 늘리거나 요양병원을 짓는 것만으로는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지정의 핵심 요건으로 ▲ 노인의 능동적 참여 ▲ 역량 강화 ▲ 돌봄 확충 ▲ 안전 보장 ▲ 건강 증진 및 활력 있는 노후 생활 등을 꼽았다.
이는 노인을 단순히 '보살핌을 받는 약자'로 가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신 노인이 집 밖으로 나와 사회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안전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장애 환경'과 '사회적 인프라'를 갖춘 도시만이 정부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초고령사회라는 현실에 맞춰 도시의 체질 자체를 바꾸라는 주문인 셈이다.
지정 절차는 투명하고 엄격하게 설계됐다.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원하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구체적인 조성 계획과 기준 충족 서류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장관은 이를 심사해 기준에 부합하고 수행 능력이 입증된 곳만을 지정하게 된다.
특히 눈여겨볼 장치는 '5년의 유효기간'이다. 한 번 고령친화도시로 지정됐다고 해서 그 자격이 영구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5년마다 재지정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지자체가 인증 간판만 달아놓고 관리를 소홀히 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인증을 유지하려면 지자체는 5년 내내 꾸준히 노인 정책을 발전시키고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정부는 인증된 도시에 대해 확실한 지원 사격도 약속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지정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주고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교육, 자문, 협력 체계 구축 등 행정적·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퇴출 규정'도 마련됐다. 개정안 제2조의 3은 '지정 취소'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만약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면 그 즉시 지정은 취소된다.
더 나아가 정당한 사유 없이 당초 정부에 제출했던 조성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도 인증이 박탈될 수 있다.
계획서에는 거창한 청사진을 그려놓고 실제로는 예산 부족 핑계를 대며 실행하지 않는 '공수표 남발' 지자체에는 페널티를 주겠다는 강력한 경고다. 지정이 취소되면 복지부는 해당 지자체장에게 통보함과 동시에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취소 사실을 공개하게 된다.
이번 입법예고는 오는 12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이미 시작된 초고령사회, 정부가 제시한 이 새로운 도시 표준이 지자체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나아가 우리 부모님과 훗날의 우리가 안심하고 나이 들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드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