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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수 칼럼>사라지지 않는 갑의 횡포


국내 스낵류 시장 점유율 25%, 업계 1위인 농심이 3월 8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판매마진이 거의 없는 특약점에 판매목표 달성을 강제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힘이 세고 부유한 자가 힘이 없고 가난한 자를 강압하여 자기가 의도하는 데로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를 소위 갑질 또는 갑의 횡포라고 한다. 이러한 갑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식품산업과 관련하여 일어나고 있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큼직한 사건들이 우리들의 뇌리에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사례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식품업계는 비교적 상도덕이 실종되고 약육강식의 시장이 지배하는 영역이라는 낙인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번 농심의 경우는 사실상 특약점에 강제로 판매목표를 달성하게 하고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판매 장려금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특약점은 판매 장려금을 받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도매상 등에게 농심에서 사오는 가격보다 더 싸게 판매하여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발생한 대표적인 나쁜 갑들의 횡포 사례로는 먼저, SPC그룹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의 고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시작하고자 하는 가맹점주들에게 가맹점 계약 시 가맹본부가 3~5년 주기로 리모델링을 요구하고 아니면 운영권을 박탈하는 경우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하면 파리바게뜨 가맹점 3200여개 점포 중에 매년 300여개 가맹점에 대하여 리모델링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남양유업의 경우이다. 대리점에 주문량보다 많은 물량을 할당하여 강매하게 하고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욕설로 물의를 빚은 사건이다. 영업장에서 악성재고를 밀어내기 위한 의혹을 받았고 대리점에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준 사례였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사례로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인 BBQ와 미스터피자 경우이다. BBQ가 한 치킨 사업자를 상대로 간판에 상표도용 명목으로 사법부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고 이에 불복하여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또 패소한 건이다. 그러나 2년에 걸친 법정 다툼에서 BBQ에 승소한 한 업체는 사업을 접고 말았다. 미스터 피자의 경우에는 가맹점에서 매출의 4%를 광고비로 받고도 광고횟수를 줄였다며 광고비 사용내역 공개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요청한 건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마찰문제이다. 미스터피자는 가맹계약에 의한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갑질 횡포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으로는 롯데홈쇼핑의 주요임원이 홈쇼핑에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대거 구속된 사건을 들 수 있다. 또 지위와 부를 소유한 자로서 갑질을 한 케이스로는 포스코 상무의 기내 라면사건, 대한항공 회장 딸인 조현아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 등 비상식적이고 치기어린 행동으로 세상의 지탄을 받고 망신살을 당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래 전부터 유독 두드러지게 발생하는 사회현상으로 힘 있고 부유한 자의 심한 횡포와 힘없고 없는 자 또한 있는 자에 대한 시기, 모함 등이 난무해 왔다. 이는 특권적 사회 기득권을 가진 자의 횡포에 대한 국가의 제제수단이 미약하고 없는 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소홀한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리고 국가의 개입으로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데 대한 반발로 시장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자유무역과 규제철폐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된다. 그 결과 국민들로 하여금 무한 경쟁 상태로 빠져들게 하고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에게만 모든 것을 지배하고 누리는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소수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고 이익을 독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적인 약자들이 고통과 억울한 피해를 입게 되고 국가와 있는 자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표출된 대기업과 하층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압박감, 골목상권의 파괴 문제가 부각되면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올랐으나 어느 새 그런 말은 사라지고 말았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인류역사는 공감의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하면서 생존경쟁의 전투가 사라진 자리에는 ‘공감의 영역’이 확장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 역시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에는 ‘하이터치(High touch) 시대’가 올 것이라며 미래의 인재는 공감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기심 추구가 경제행위의 근간이 되어 왔지만 이제는 경제주체 간에 서로 사랑하고 감탄하고 공감하고 위안을 주고  받는 관계로 바뀌어져야 한다. 서로 공감능력을 일깨울수록 효과적인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갑과 을이 공감하는 비즈니스가 되기 위해서는 갑은 일방적인 강요보다는 을의 지적과 불만을 이해하고 해결방법을 강구하고 제시해야 한다.
 
또한 상호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는 함께 목적의식을 공유하고 오직 고객을 바라보면서 공동목표를 향한 비즈니스를 우선시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의 경영이 피도 눈물도 없는 원칙을 중시하기보다 인문학과 예술을 전공한 인재들을 경영에 참여시켜 을의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공감대를 넓히는 것도 한 방편일 것이다. 
 
정부도 갑과 을이 상호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하고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정책추진에도 성의를 보여 중소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갑과 을이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최악의 경제 침체에서 탈피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