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금융계좌 명의를 빌려준 것만으로 세금이 명의자에게 부과된 경우, 실질과세 및 근거과세의 원칙에 따라 실사업자를 재조사해 세금을 부과해야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의 시정권고가 나왔다.
30일 권익위는 A씨가 지인 B씨에게 금융계좌의 명의를 빌려줬다가 자신에게 부가가치세 등 총 1억 2400만 원의 세금이 부과됐다며 제기한 민원에 대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A씨는 2011년 11월 지인 B씨의 부탁을 받고 금융계좌를 개설해 인도했는데 이 계좌에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총 5억 6000여만원의 입금내역과 판매대금의 출금내역이 기록돼있었다.
북인천세무서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물품의 판매대금이 A씨 명의의 계좌로 입금됐다며 직권으로 A씨를 사업자 등록하고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총 1억 2400만원의 세금을 A씨에게 결정·고지했다.
그러나 A씨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판매대금이 다른 사람들에게 출금돼 실제 A씨에게 귀속된 금액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처럼 지인에게 금융계좌의 명의를 대여한 것 때문에 1억 2400만원의 세금을 부과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A씨는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 권익위는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의 소유자가 별도로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권익위는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의 산정 기초가 되는 매출에 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으며 A씨에게 귀속되는 금액이 없는데도 A씨의 명의로 과세한 것은 실질과세 및 근거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의 소유자가 다른 사람으로 확인되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A씨에게 부과된 세금을 재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도록 북인천세무서에 시정권고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금융계좌 등을 타인에게 대여할 경우 향후 세금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아울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차명거래금지법) 위반 시 계좌 명의를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