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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천연기념물 보물창고…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두 날개 편 독수리, 희귀한 황금박쥐…자연유산 자료 4700여 점 한곳에
몽골 '공룡 뼈' 화석 눈길…"임시시설까지 이미 포화, 전문 수장고 시급"

[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대전 서구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원 천연기념물센터. 천연기념물과 명승을 보여주는 자연유산 전시관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눈에 띄지 않는 문 하나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 장부에 이름, 방문 목적 등을 적으면 담당자인 이성경 학예연구사가 꼼꼼히 확인한다. 센터를 책임지는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이 방문하더라도 그 절차는 변함이 없다. 

   

이윽고 이 학예연구사가 목에 걸려있던 열쇠로 또 다른 문을 여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일부가 1층과 2층으로 나뉜 공간, 그 안을 가득 채운 것은 수십 마리 새를 비롯한 동물, 곤충 등이었다. 

   

이달 초 찾은 천연기념물센터 수장고는 말 그대로 '보물 창고'였다. 

   

수장고 안으로 들어선 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두루미. 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1천600마리 정도만 남아있는 멸종 위기의 새로, 보통 학(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임 실장은 "이곳에 있는 모든 천연기념물은 '진짜'"라며 "자연적으로 폐사한 천연기념물을 받아 박제 표본을 만든 뒤 연구나 전시, 교육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동물 박제 표본은 모두 문화재수리기능자가 제작한 것이다. 

   

자연문화재연구실 소속의 오정우 연구원은 아버지에 이어 2대째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동물 표본을 제작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부자(父子) 박제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곳이 바로 수장고다. 

   

각 동물 표본은 모습이 제각각이다. 

   

검은빛을 띤 진한 갈색 털이 돋보이는 독수리는 두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이지만, 점박이물범은 바위 위에 얌전히 앉아있다. 같은 올빼미라도 고개를 돌린 정도, 날개 움직임 등은 어느 것 하나 같지 않다. 

   

동물행동·생태학 박사인 강정훈 학예연구관은 "예전에는 이른바 '차렷' 자세로 박제 표본을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각 동물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자세로 만든다"며 웃었다. 

   

'보물 창고'라는 말처럼 수장고에는 평소 쉽게 볼 수 없었던 표본도 많다. 

   

비단벌레가 대표적이다. 날개 빛깔이 아름다워 신라시대 투조(透彫·금속판 일부를 도려내는 것) 장식품에 쓰기도 했던 비단벌레 11마리는 유리 너머로도 영롱한 초록빛을 내뿜는다. 

   

이성경 학예연구사가 거의 3년간 배설물을 찾아다녔다는 '황금박쥐'도 중요한 자료다. 

   

주로 폐광에서만 발견되는 붉은박쥐(오렌지윗수염박쥐)는 '황금박쥐'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비교적 몸집이 작은 이 박쥐들은 매달려 있거나 날개를 활짝 편 모습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직원들이 '하늘소 계의 연예인'이라 부르는 장수하늘소 표본은 몸길이가 10.8㎝에 달한다. 

   

2007년 처음 센터 문을 연 뒤 올해로 17년 차. 사실 수장고 곳곳은 이미 포화 상태다. 

   

한쪽 벽면을 채운 진열장은 각종 동물 박제로 가득 차 빈 곳을 찾기 어려웠다. 부엉이 박제 표본을 보관한 한 공간에는 위 아래층을 합쳐 20마리 이상이 빼곡히 놓여 있기도 했다. 

   

현재 수장고에서 보관 중인 표본만 해도 4천700여 점. 박제 작업을 하기 전 폐사체를 보관하는 냉동고 또한 여유 공간이 없다고 한다. 

   

강정훈 연구관은 "수장고 공간이 부족해 2017년에 전시용 진열장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이라며 "공간적 한계로 희귀 표본들을 더 적극적으로 기증받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천연기념물센터 내 각종 화석류, 지질유산 등을 보관하는 지질표본관리동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장고와 다른 건물인 지질표본관리동은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 화석'을 비롯해 각종 공룡 발자국 화석, 뼈 화석 등으로 빼곡히 차 있다. 

   

포항 나무 화석의 경우 높이가 10.2m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나무 화석 가운데 가장 크다. 

   

현재 보존 작업을 끝낸 상태지만 워낙 크기가 큰 탓에 바로 옆 전시관으로 옮기는 일조차 쉽지 않다. 벽면을 차지한 각종 암석, 발자국 화석 표본 역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도 쉽사리 이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의 뼈가 임시로 마련된 공간에 있는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이 화석처럼 두개골을 포함해 전신이 거의 완벽한 상태의 골격 화석은 매우 드물어 가치가 크다. 

   

몸길이가 10∼12m에 이르는 대형 육식공룡인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는 201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연구동 건물 2층 임시 공간에 있는 골격 화석은 몽골 소유의 화석이다.

   

이 화석은 국내로 불법 반입된 사실이 확인돼 우리 수사당국이 2017년 몽골에 반환한 바 있다. 현재는 장기 임대 방식으로 연구원에 보관하며 몽골과 공동 연구 및 보존처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임 실장은 "희귀한 자연유산 표본을 꾸준히 확보하고 기증받으면서 연구해야 하는데 이미 포화 상태"라며 "자연유산 종류에 따라, 또 기능별로 전문화된 국가대표급 수장시설 건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