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27일(현지시간) 베트남 남부 호찌민시에 있는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 만난 응우옌 안(37)씨는 쇼핑카트에 홍삼 드링크와 김, 스낵 등 한국 식품을 가득 담았다.
그는 "한국 식품이 다소 비싸지만, 안전하다는 생각에 자주 구매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2008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며 문을 연 '1호 매장' 남사이공점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을 알리는 전진 기지로 통한다.
즉석식품은 물론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까지 한국 제품이 즐비하다. 한국의 롯데마트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1층 델리 코너에서는 전자레인지로 데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이나 김밥, 한국식 닭강정 등을 카트에 담는 현지 소비자가 자주 눈에 띄었다.
인기 있는 한국 식품 매대의 안내판에는 '베스트셀러'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가 붙어 있다. 한국 먹거리임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이른바 '코리아 마케팅'이다.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2층 매장에는 아예 '한국존'이 따로 있다. 2층 전체 면적의 약 10%를 차지하는 작지 않은 규모다.
이용호 남사이공점 상품전략팀장은 "베트남에서 한국 식품 선호도가 꾸준히 높아지는 점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 식품 매대를 크게 늘린 것도 같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당장 한국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젊은 층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불렀다.
2층 한국존에서 삼계탕 즉석식품을 고르던 대학 1학년생 응우옌 꽁(19)씨는 "케이팝(K-POP)을 즐기는 동생이 한국 제품이면 다 좋다고 한다"며 "덕분에 나도 한국 식품이나 제품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한국 식품의 인기는 베트남 롯데마트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남사이공점의 경우 올해 1∼9월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0% 늘었다. 이 추세라면 개점 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19년 실적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셈이다.
다른 매장도 올해 대체로 1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예상한다.
공격적인 자체 브랜드(PB) 전략도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 힘을 보탰다.
남사이공점을 비롯한 베트남 현지 매장은 과거 롯데마트의 일상용품 PB(자체 브랜드)이던 '초이스엘' 명칭을 모든 PB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베트남의 우수 협력사와 손잡고 만든 초이스엘 제품은 기존 브랜드와 품질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20% 이상 낮은 '가성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사이공점의 경우 168개 품목 가운데 70개에서 초이스엘 제품이 판매량 1위에 올라 있다. 2016년 기준 1.8%에 불과하던 매출 비중도 14%까지 높아졌다.
이 팀장은 "소득이 낮은 베트남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는 꽤 큰 편"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에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직접 판매하는 제품이라는 신뢰가 초이스엘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진출 15년 차를 맞은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시장에서 태국을 대표하는 유통 대기업 센트럴그룹과 베트남 현지업체인 메가마켓에 이어 3위권으로 분류된다. 국내외 10여개 업체가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 상황에서 비교적 빠르게 베트남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롯데마트는 인구 1억명에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베트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현지 사업을 지속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 신규 매장 2개를 추가로 개장하고 이후에도 매년 최소 1개 이상의 매장을 신설한다는 목표다. 베트남을 교두보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베트남은 인구 평균 연령이 32세로 젊은 데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중산층 비율이 가장 빠르게 높아지는 국가여서 동남아의 핵심 시장이자 '테스트베드'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