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졸속 추진 논란을 사고 있는 충북도립파크골프장 조성사업의 유탄을 애먼 청주시가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청주시에 따르면 연내 준공을 목표로 미원면 내산리 미원생활체육공원과 방서동 무심천변에 각각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노령층 사이에서 부쩍 높아진 파크골프 인기와 동호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부터 조성 계획을 수립, 현재는 사업부지 매입 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청주시는 오송(오송읍 오송리·36홀), 미호강(원평동·36홀), 오송호수공원(오송읍 연제리·9홀) 등 3개소의 시립파크골프장을 운영해왔다.
청주시장애인골프협회가 운영하는 원평동 장애인파크골프장(27홀)과 모 동호회의 방서동 호미골파크골프장 등 사설도 2개가 있다.
하지만 파크골프 저변 확대로 시설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실제 오송과 미호강 파크골프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23개 클럽 2천750명의 회원이 이용했는데, 올해는 회원 수가 3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수요를 고려해 청주시는 연내 파크골프장 2개소를 추가 조성하고, 향후 추이를 살펴 필요시 시설을 늘려간다는 장기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달 충북도가 돌연 도립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을 내놓으면서 청주시의 입장이 애매해졌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24일 47억원을 들여 청주시 내수읍 구성리 동물위생시험소 축산시험장 부지에 45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축산시험장 이전과 맞물려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이전 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사육동물의 보금자리인 축산시험장 초지 중 약 5만㎡를 우선 활용해 파크골프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도유지를 활용하는 만큼 준공 시기도 청주시가 계획 중인 미원면·무심천변 파크골프장보다 빠른 오는 9월로 예상한다.
이렇다 보니 이들 2개 시립파크골프장이 의도치 않게 파크골프장 과잉 공급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시는 수요조사를 토대로 총 36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증설을 추진한 것인데 충북도가 청주시와 사전 협의 없이 45홀 규모의 시설을 먼저 뚝딱 공급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청주시로서는 도립·시립의 개념을 떠나 특정 종목의 인프라가 일시에 확충되는 것에 대해 다른 스포츠 동호인이나 시민들이 노년층을 위한 이범석 시장의 선거용 사업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는 것도 난감한 부분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충분한 수요조사를 통해 시설 추가 조성 계획을 세워 추진했고, 충북도로부터는 도립파크골프장 조성 관련해 아무런 협의 요청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설을 무작정 늘리면 과거 반짝 열풍에 그쳤던 게이트볼 사례처럼 예산·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자체 간 협업이 상실된 충북도의 즉흥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충북도정의 상당 부분이 즉흥적 또는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청내 안팎에서 문제점이 제기되면 다각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런 노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는 곧 도민의 피해로 연결된다"며 "광역·기초단체 간 협력과 상의를 통해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조절하고 최선을 방안을 찾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