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이상기후 등으로 해마다 단풍 시기가 늦춰지면서 가을축제를 준비 중인 충북 지방자치단체들도 고심에 빠졌다.
예년 같으면 단풍 자체가 볼거리이지만, 올해는 공연과 체험 등 부대 행사를 앞세우거나 개최 시기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차별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16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유명 산의 단풍은 지역과 수종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이달 하순부터 11월 초에 절정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3년간 추세를 보면 단풍 시작 및 절정 시기가 매년 늦춰지고 있어 이 역시 확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예년 평년값대로라면 보은 속리산과 제천 월악산의 단풍은 이달 14일께 시작돼 28일께 절정을 이뤄야 하지만, 두 곳 모두 아직 단풍이 관측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가을 축제를 기획한 도내 지자체들은 울긋불긋한 단풍을 대신할 콘텐츠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은행나무길로 화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괴산 문광면 '양곡은행나무 축제'(10월 18일∼11월 16일) 추진위원회는 올해 공연팀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 배로 늘렸다.
예년 같으면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축제의 중심이었겠지만 올해는 재즈, 난타, 색소폰 등 다양한 공연 무대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마을주민이 중심된 추진위가 주관하는 행사이지만 단풍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장기적으로 지자체와 손잡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단양 금수산감골단풍축제(10월 19일)도 체험 행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산행 인증사진을 찍어오면 상품권을 지급하거나 '가훈 써주기'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한다.
이 축제 추진위원장은 "지난해도 단풍이 늦어져서 방문객이 약 30% 줄었었다"면서 "실제 단풍 시기에 맞추면 날씨가 너무 추워질 것으로 예상돼 체험행사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축제 일정을 아예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청주시는 오는 25일 가을 단풍이 물드는 옥화구곡을 배경으로 트레일런 행사를 연다.
당초 9월 초로 계획했지만, 낮 기온이 올라 이달 말로 미뤘다.
속리산 잔디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27회 속리산 단풍가요제도 개최일을 이달 말에서 내달 8일로 연기했다.
보은군 관계자는 "단풍철에 맞춰 행사를 해야 관광객 유치 효과가 크다"며 "행사 시기를 늦춘 만큼 기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무릎담요 안내 등 방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