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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수 칼럼] 김치의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지난 11월 22일 서울 양재동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센터에서 ‘2025 대한민국 김장대축제’가 시민 2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는 13개국 200여명의 외국인이 참가해 김장문화가 단순한 국내대회를 넘어 K푸드를 체험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주최 측 aT는 현재 김치가 98개국에 수출되는 글로벌 품목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김치수출확대와 식품영토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김치를 단순한 가정식·전통식품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서 국내 농수산물 소비 확대, 농어업 부가가치 제고, 김치의 세계화, 산업적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치산업진흥법’이 2011년 7월 21일 국회를 통과하여 2012년 1월 22일부터 시행되었다. 법의 제정목적은 김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김치의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해 단순히 김치 생산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품질 향상, 문화 계승, 산업 경쟁력 강화, 세계화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년, 한국은 김치 수출량 47,100톤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는 2023년 44,000톤 대비 약 6.9% 증가한 수치이다. 수출액도 2024년 기준 약 1억 6,357만 달러(약 2400억 원)로, 2017년 약 8,139만 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까지 증가했다.
2025년 역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1~10월 누적 수출액은 약 1억 3,739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고, 연말까지는 2024년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출 대상국도 2024년 기준 95개국에 김치를 수출했고, 전통 수출국인 일본 외에도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영국 등 다양한 국가로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김치 수출 증대와 함께 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2025년 1~10월 기준 김치 수입액은 약 1억 5,946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1% 증가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김치 무역수지는 약 2,207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일 년 새 약 10.3% 악화된 수치이다. 수입 김치의 상당 부분은 가격 경쟁력 있는 중국산 김치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 김장을 하거나 소비하는 수요 중 일부를 저가수입 중국산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식, 발효식품, 채식/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김치가 건강·웰빙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K-POP / K-문화 열풍 덕분에 “K-푸드와 김치”를 찾는 해외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김치가 단순한 국내 전통 음식이 아니라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수출 전략 품목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소비 측면에서는 수입산 김치 확대 및 무역수지 적자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치의 수출액은 사상 최대 수준인 반면, 중국산 김치 수입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적자와 ‘국산 김치’ 산업 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국내에서 중국산 김치 의존을 줄이고 국산 김치 소비 및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산업적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산 김치는 배추, 채소 등 원재료 비용이 많이 들고, 최근 이상기후로 배추 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정부 또는 지자체가 배추 등 김치 원재료 작황 안정을 위한 안정적인 재배지원 및 농가보조금 등의 농업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수작업 중심인 김장김치 생산 방식을 현대화하고, 대량생산 및 유통에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1인 가구 증가, 간편식 수요 증가 등 소비자 식습관 변화에 따라 소용량·냉장·포장 김치, 간편 김치 반찬 등 다양한 제품 개발로 국산 김치 소비를 늘려야 한다.

 

김치의 세계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맛·표준·스토리·산업·문화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단순히 수출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김치를 하나의 세계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세계 소비자가 좋아하는 맛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김치 본연의 맛을 유지하되, 국가·문화권에 따른 취향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그 예로 맵기는 순한 맛, 중간, 매운 맛을 단게별로 분류하고, 저염·저산도·비건 김치 등 식생활 트렌드를 반영하며, 해산물 없는 김치나 샐러드·샌드위치·파스타에 곁들이기 쉬운 퓨전을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 위생·안전·표준화 품질 구축을 위해 국가별 식품 위생 기준인 미국 FDA, EU EFSA, 할랄·코셔 등 안전의 인증을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 김치를 ‘건강식품’으로 확실히 각인할 수 있도록 과학적 효능으로 면역력·장 건강·항산화 등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을 홍보하는 것이다.

 

넷째로 외국인이 김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문화적 매력 때문이므로 K-푸드, K-드라마, K-팝과 더불어 홍보함으로써 김치의 스토리와 문화를 연계하여 확산시키는 것이다.

 

김치 세계화의 핵심은 수출물량이 아니라 소비자 체험의 확산에 달려있다. 김치를 먹어본 사람이 많아지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김치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 맛과 제품 경험의 선택지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김치 세계화의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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