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오리를 키우는 축산농민들이 계열화사업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불공정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푸드투데이가 입수한 희도축산(대표 정근홍)과 농장 간 '토종닭위탁사육계약서' 제 5조에는 '천재지변이나 '을'의 관리부실로 '갑'으로부터 공급받은 자재에 손해가 있을 경우 '을'이 변상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통상적으로 천재지변은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채무불이행은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채무자의 귀책사유라고 볼 수 없는 천재재변 등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이 일어난 경우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 안성에서 축산농장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계약사육을 하는 갑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지만 특히 희도축산은 타 회사의 계약서를 비교해도 납득하지 못할 내용이 담겨 있다"며 "갑과 을은 공동적인 책임이 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은 을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이 계약서 제 16조에는 '법적 전염병으로 인한 정부 수매시 그에따른 보상 및 대금은 '갑'이 수령하기로 한다', '법적 전염병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모든 손실은 '을'이 책임지기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제 16조 법적 전염병 보상 및 대금 수령 부분에 최근 계열화 사육농가의 특성을 무시한 채 사업자의 배만 불린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AI로 최종 확진되면 닭과 오리를 살처분한 농가는 시중가의 80% 수준에서 보상을 받게 되지만 보상금이 사업자에게 우선 지급되고 실제 보상금을 받은 축산농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희도축산 간 농장의 계약서는 이 같은 문제의 대표적이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계약서대로라면 정부 보상금은 희도축산이, 법적 전염병으로 인한 손실은 전적으로 농장이 책임진다. 즉 농장은 손실에 대한 부담만 있을 뿐 보상은 한푼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상금은 고스란히 희도축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피해 농가들은 이 같은 불공정한 요구를 하는 곳은 희도축산이 유일하며 이를 악용해 농가에게 불합리한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기 안성의 한 축산농장은 희도축산과 100일간 토종닭위탁사육계약을 맺고 100일 이후 닭을 출하하려 했으나 희도축산 측은 닭값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닭의 출하를 지연했다. 그러나 문제는 희도축산의 지체로 닭을 받지 않았음에도 100일 이후에 발생한 사료비 등 추과 비용을 농장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성의 또 다른 축산농장주 역시 "희도축산과 위탁계약해 병아이를 받아 100일 이전에 모든 닭은 출하하기로 했는데 희도축산 측이 출하는 계속 지연했으면서도 추가로 사료값을 농가에서 물어내라는 사육정산서가 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계약서가 불공정계약으로 일정 조항은 무효가 될 소지가 있으며 갑의 요구는 계약서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채권자 수령 지체의 경우 경과실이 발생했어도 채무자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며 "이 같은 경우 희도축산의 사육정산서는 불합리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장주가 희도축산과의 계약기간 외 사육에 추가적으로 들어간 비용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희도축산 정근홍 대표는 "막상 천재지변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농가가 지급할 돈이 있겠냐"며 "계약서상에는 형식적으로 기재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며 불공정 계약이라는 농장들의 주장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