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업 발전 법안 마련과 대기업 축산진출의 문제' 대토론회
대기업 축산진출은 먹거리의 질적 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곧 식품안전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을 원척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표준거래약관을 정하고 대기업의 이행 여부를 철저히 모니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지적은 최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우산업 발전 법안 마련과 대기업 축산진출의 문제' 대토론회에서 나왔다.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대규모 농식품자본의 축산진출은 먹거리의 질적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먹거리의 질적인 위기는 좁은 의미에서는 식품안전과 건강의 문제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농업의 생태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대규모 농식품자본은 단순히 가공이나 소매유통에서 벗어나 생산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고리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 오고 있다"며 "직접적인 생산이 어려운 경우 축산계열화라는 우회적인 경로를 택하기도 하지만 축산계열화가 어려울 경우 직접 생산으로의 진입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촌의 유지와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축산농가가 토지와 자금을 대규모 농식품자본에게 저당 잡혀 살아가는 '소유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축산진출은 저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자본의 축산진출에 대한 제한을 '규제'라는 틀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이 만연해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 축산농가의 위치를 지킬 수 있다"며 "대규모 자본의 축산진출의 저지는 궁극적으로는 농가에 의해서 이뤄지는 축산이 가지고 있는 다기능성, 비교무역적 성격을 실현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에 의해서 주도되는 사료-축산계열화-가공-유통의 체계가 아니라 경축순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국의 축산이 '가공산업형 축산'이 아닌 지역의 농업과 융합된 축산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기업에 의한 공장식 축산에 맞서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도 "농업 생산은 공업과 달리 자본이 직접 뛰어드는데 여러 장애가 있다"며 "대기업 축산 진출에 따른 대량사육은 질병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대기업 축산업체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항생물질을 대량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 축산업체는 투입 사료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자 성장촉진제를 사용하고자 하는 유인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대기업 축산업체가 배출하는 대량의 축산분뇨는 인근 농가와 협력해 처리하기 어렵다"며 "생태적 위기 심화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축산 계열화가 심화되면 대기업 위주의 시장 주도로 사료곡물가격 상승분이 사료 판매가격에 전가되는 등 양축농가의 경영비 증가 및 기업 종속화가 우려된다"며 "대형 유통업체가 직접 사육 및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수직계열화가 진행되면 축산농가의 입지가 좁아지는 동시에 농업의 축산물 판매사업과 경쟁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해도 사료업체나 가공업체가 계열화를 통해 농가를 지배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세부적인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준거래약관을 정하고 이를 이행했는지 정부기관과 농민단체 등을 통한 모니터가 필요하고 불이행시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료생산과 축산물 가공, 유통 분야에서 대기업과 대결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축산농가의 협동조합 조직력과 사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박민수 의원과 한우자조금(위원장 이근수)이 주최하고 전국한우협회(회장 이강우)와 한우자조금이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