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함에 따라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행사를 중단·취소하거나 대선 이후로 연기하고 나섰다.
대선 때까지는 공직선거법 저촉 우려에 자치단체장들의 운신의 폭이 크게 제한돼서다.
헌법재판소는 4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했다며 그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3일까지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헌법은 대통령의 궐위 후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예정된 행사 개최 여부를 재검토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다.
선거법상 선거일 전 60일부터 행사 개최·후원 등 자치단체장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일절 금지된다.
당장 이날부터 '몸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위반했다가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확정 형량이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피선거권 상실과 함께 직위를 상실할 수 있다.
물론 행사를 무조건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개최·후원할 행사가 법령에 규정된 것이면 가능하다. 주민 동의가 꼭 필요한 사업 설명회나 정기적인 주민체육대회, 계절 축제나 전통 축제를 개최·후원하는 것도 현행법상 허용된다.
하지만 지자체로서는 단체장이 참여하지 못하는 행사를 기획할 수 없는 노릇이고, 설령 법적으로 문제없는 행사를 개최·후원한다고 해도 단체장의 언행이 괜한 시빗거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고심이 크다.
일부 지자체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행사 개최를 포기하고 신중모드에 돌입했다.
특히 단체장이 전면에 나서는 행사는 연기 대상 1순위가 되고 있다.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생생시정 바로알기 시정설명회' 일정을 오는 6월 이후로 모두 연기하기로 했다.
이 행사는 유 시장이 시민들을 직접 만나 주요 정책과 사업을 소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선거법 준수를 위해 잠정 중단한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전남도는 오는 10일 영광, 17일 곡성에서 열 예정이던 정책비전투어를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시군 순방 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초부터 11개 시군을 차례로 찾아 도정설명회를 갖고 있는데, 이달 8일 진천군과 10일 옥천군 방문 일정은 대선 이후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4·2 재선거로 수장이 바뀐 경남 거제시는 더욱 조심스럽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이제 막 당선해 시민들을 만나야 할 일이 많은데, 조기 대선 때문에 주의해야 할 게 많다"며 "향후 행사나 일정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원 원주시는 다음 달 23∼24일 예정된 원주혁시도시 상상마켓 행사를 미뤘고, 4∼5월 중 열기로 했던 자율방범연합대와 원주 모범운전자회의 선진지 견학, '사통팔달 교통망 중심지 원주' 미래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도 무기한 연기했다.
울산시 북구도 이달 25일 원주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통장 역량강화 워크숍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경기 평택시는 다음 달 개최하려던 평택군·평택시·송탄시 통합 30주년 기념 시민대화합축제를 하반기로 연기하기로 했다.
인근 오산시는 이달 중순으로 일정을 잡았던 지역자율방재단 워크숍을 취소했다.
수원시는 이날부터 13일까지 장안구 송죽동 만석거 일대에서 버스킹과 불꽃놀이 등을 포함한 '2025 만석거 새빛축제'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서둘러 연기를 결정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오늘 탄핵 선고에다 산불로 인한 막대한 피해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고려해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5월에도 여러 행사가 계획돼 있는데 조기 대선에 따른 선거법 위반 우려 등을 고려해 행사 개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