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백화점들이 커피와 햄버거, 화장품, 캐릭터 등 유통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초 250여종에 달하는 다양한 향기로 유명한 미국 화장품 브랜드 배스앤바디웍스의 국내 유통권을 단독으로 확보했다.
북미와 유럽 등 43개국에 2천여개 매장을 가진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미국 여행 때 기념 선물로 사 올 만한 상품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강남에 문을 연 매장은 두 달 만에 대표 향인 '깅엄' 제품군 등의 초기 물량이 모두 팔렸다. 매출도 목표치의 두 배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신세계백화점은 배스앤바디웍스를 백화점 점포 내 입점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숍인 시코르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17년 영국의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 포트넘앤메이슨의 유통권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커피 시장과 함께 한국 차 음료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차 브랜드의 사업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다.
현재 본점과 강남점 등 6개 점포에 매장이 있고 지난 9일까지 올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관보다 23.7%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은 백화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길 원하기 때문에 신세계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노력"이라며 "향후에도 라이프스타일이나 화장품 등 다양한 브랜드의 유통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모로코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의 국내 프랜차이즈 및 유통권을 단독 확보했다.
지난 4월부터 롯데백화점몰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을 하고 있다.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커피 원두와 드립백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백화점 밖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바샤커피 매장을 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에도 바샤커피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내부 콘텐츠를 넘어 국내 프리미엄 선물 시장을 공략하는 차원에서 바샤커피의 유통권을 확보했다"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뿐만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인 에프지코리아를 통해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강남점을 처음 문 연 데 이어 지난 9일 5호점인 판교점을 개장했다.
지난달까지 1∼4호점 누적 방문객은 2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고속터미널점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여의도점은 더현대서울, 판교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들어가는 등 갤러리아백화점 밖 경쟁 백화점에 입점했다는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외 신사업을 통한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며 "유통권을 확보한 사업을 지속해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단독 유통권을 확보해 차별화를 꾀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4월 미키마우스, 신데렐라 등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파는 디즈니스토어의 운영권을 획득해 더현대서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등에서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스토어 운영권 외에도 상품화 권한도 확보해 한복을 입은 미키마우스 인형 등 국내 특화 상품을 선보이고 있고 디즈니 코리아 다양한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콘텐츠와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더현대서울에서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2' 팝업스토어를 열어 인기를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차별화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고객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즈니 유통권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브랜드 유통권을 확보해 사업에 나서는 데는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만큼 백화점 영업에서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인 만큼 백화점들이 점포 영업뿐만 아니라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그 채널을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유통권을 단독으로 확보해 각 백화점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내세우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