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고물가에 직장인들의 점심값 등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편의점 도시락 판매가 늘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GS25·CU·이마트24·세븐일레븐 편의점 4사 매출은 모두 작년 동기 대비 17∼25% 증가했다.
편의점별 매출 증가율을 보면 CU 25.5%, GS25 20.7%, 세븐일레븐 20%, 이마트24 17% 등이다.
도시락 매출은 올해뿐 아니라 매년 지속해 증가하는 추세다.
CU 도시락 매출은 2021년 22%, 2022년 24.6%, 2023년 26.8%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끄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외식 비용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4사의 도시락 가격은 3천∼7천원대 수준이다.
각 편의점 인기 도시락인 CU '백종원 제육 한판 도시락'과 GS25 '혜자로운집밥 통통쏘야불고기', 세븐일레븐 '맛장우 고추장불백 도시락', 이마트24 '다찬도시락'은 모두 4천∼5천원대다.
7천900원대로 최고가인 CU의 '신이어마켙 배터질 비빔밥'은 2인분이지만 지난 3월 기준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외식 메뉴 비빔밥 가격 1만769원보다 저렴하다.
CU 관계자는 "최근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한 끼 식사를 찾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도시락 매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가격 경쟁력과 함께 수년간 제품 내실을 강화하면서 '편의점 도시락은 부실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난 점도 매출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에는 편의점마다 양이 푸짐한 '가성비' 도시락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 트렌드도 불고 있다.
GS25의 경우 올해 1∼4월 출시한 도시락 제품 평균 중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밥은 2.3%, 반찬은 19% 각각 늘었다.
대표 상품인 '김혜자 도시락'은 출시 1주년을 맞아 지난 3∼4월 제품별로 순차적으로 양을 47% 늘린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양을 늘린 도시락은 판매량이 평소보다 4.2배 증가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해당 이벤트를 연중 캠페인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CU는 지난 2월 기존보다 양을 20∼30% 늘린 '압도적 간편식' 시리즈를 내놨다.
이 시리즈는 출시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250만개를 돌파하고 현재까지 500만개가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CU는 이달 압도적 간편식 두 번째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도 지난달 기존 비빔밥 제품보다 양을 30%까지 늘린 '맛장우 곱빼기 비빔밥'을 출시했다. 도시락 양이 늘었지만, g당 단가는 오히려 낮춰 가격 부담을 줄였다.
GS25 관계자는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가격 부담은 적으면서 풍성한 먹거리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단순히 싼 제품이 아니라 가격 대비 양도 많고 구성이 알찬 가성비 도시락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 역시 "가성비를 중시하는 '거거익선' 트렌드에 맞춰 도시락뿐만 아니라 김밥과 삼각김밥 또한 기존 상품보다 증량해서 출시한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락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색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도시락 품질을 대변하는 모델을 앞세우는 등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8일 도시락을 사면 1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주는 비트코인 도시락을 3만개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제품은 지난 13일까지 엿새 만에 2만개가 넘게 판매되며 이번 주 안에 완판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마트24는 전했다.
GS25는 배우 김혜자, 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 세븐일레븐은 배우 이장우를 각각 모델로 신제품을 지속해 내놓고 있다.
GS25는 '혜자롭다'(가성비가 좋다)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김혜자 도시락을 지난해 2월 부활시켰다. 김혜자 도시락은 2010년 출시돼 2017년 상반기까지 판매되다 단종됐다. GS25는 이달 출시한 왕돈까스 도시락을 시작으로 외식 메뉴 라인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3월 이장우를 간편식 모델로 발탁하고 '맛장우' 시리즈를, CU는 2015년 12월부터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협업해 지금까지 500종이 넘는 상품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도시락을 비롯해 편의점 먹거리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 층의 눈길을 사는 마케팅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