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이면 내설악 백담사 골짜기는 분주하다. 올해는 8월 초부터 만해축전이 시작됐다. 만해축전의 하이라이트는 12일 오후 2시 인제 하늘 내린 센터에서 개최된 제28회 만해대상시상식이었다.
시상식은 만해선사의 삶과 정신을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실천 수행하며 중생들에게 영향을 준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상금을 수여하여 세상에 소개하는 행사였다. 2024년 만해대상은 평화·실천·문예 부문에서 총 5명이 선정됐다.
평화대상은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이, 실천대상은 김훈 일산백병원 교수와 김혜심 원불교 교무가, 문예대상은 김용택 시인과 안선재 수사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만해대상을 제정하여 시행해 온 분은 설악무산 조오현 선사이다. 설악무산 스님은 재단법인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하여 만해 한용운의 예술과 사상을 기리기 위해 백담사 경내에서 1999년 제1회 만해축전을 개최했다.
만해축전은 학술행사, 예술행사, 전시행사 등이 함께 어우러진 종합 문화예술 축제로서 매년 백담사와 인제 시내 등지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여 올해로써 26회를 맞이하였다.
만해축전 보다 2년 전인 1997년부터는 만해 한용운의 정신과 사상을 기리기 위해 예술과 학문 세계평화와 사회봉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낸 단체와 개인에게 만해대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해 오고 있다. 올해는 제28회째가 된다.
그동안 남아연방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나이지리아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월레 소잉카, 중국의 소설가 모옌, 미국 계관시인 로버트 핀스키를 비롯하여 국내의 임권택 감독, 안숙선 명창, 함세웅 신부, 고은 시인, 황동규 시인, 조정래 작가, 그리고 세계적 불교학자 루이스 랜카스터 교수, 김윤식 교수 등 수많은 수상자를 냈다.
설악 무산 대종사는 설악산 신흥사 조실과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을 겸직하여 납자들을 지도하시다가 2018년 5월 원적에 드신 우리 시대의 참 스승이시다.
백담사 회주 삼조스님은 설악무산 선사를 거의 40년간 시봉해 온 수제자 중 한 분이다. 삼조스님은 개인적인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무산스님을 곁에서 모셔온 스님이다. 최근 조계사 앞에서 삼조 스님에 대한 부당한 비난을 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 옆에서 지켜 본 삼조스님은 사심이 없는 스님이다.
만해사상 실천 선양회는 2021년부터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로 재단 명칭을 개칭하고 백담사 회주 삼조 스님이 2대 이사장에 취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만해스님은 내설악 백담사로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 이곳 백담사에서 《님의 침묵》을 썼다.《님의 침묵》은 님이 떠나 버린 슬픔을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듯한, 또는 혼자서 독백을 하는 듯한 형식으로 쓴 시이다. 윤회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님에 대한 사랑과 기다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경어체를 사용하여 내용을 더욱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설악 무산 조오현 스님은 백담사 무문관에서 3년 결사를 마치고 선시 ‘내가 나를 바라보니’를 세상에 표출했다.
내가 나를 바라보니
-조오현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설악 무산 설악산 신흥사 조실 스님은 신흥사 백담사 낙산사 등을 중창 복원하셨고, 당나라 서당 지장 선사로부터 법을 이어온 도의 선사의 선풍을 설악산에 다시 불도록 하셨다.
하지만 2018년 5월 홀연히 세상과의 인연을 단절하고 모든 것을 백담사 회주 삼조 스님 등에게 유언으로 남기고 원적에 들었다. 설악무산 대종사는 예견이나 하였듯이 문중 화합을 강조하셨다.
40년간 시봉해 온 백담사 회주 삼조 스님은 누구보다도 설악 무산 신흥사 조실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서 실천하기 위하여 온갖 수모를 받으면서 밤낮없이 정진하고 있다.
내설악 백담사에서=보검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