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해외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가 부쩍 높아진 가운데 인도네시아 라면 1위 브랜드가 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내세워 '한국라면' 시리즈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라면 원조 기업 닛신이 한국어로 '볶음면'이라고 쓴 제품을 출시하는 등 외국 기업이 K-푸드의 인기에 편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라면업체 가운데 하나인 인도네시아 인도푸드의 인도미는 지난달 31일 뉴진스를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한국라면' 시리즈 3종을 출시했다.
제품에는 한국어로 '한국라면'이라는 네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라면의 영문 표기도 흔히 쓰는 일본 발음의 '라멘'(Ramen)이 아니라 한국 발음대로 '라면'(Ramyeon)으로 했다.
인도미가 유튜브에 올린 광고에서 뉴진스 멤버들은 마트를 가득 채운 라면을 보고 손뼉을 치며 기뻐하다 라면을 맛보면서 한국어로 "너무 맛있어, 인도미"라고 외친다.
이 광고는 하루 만에 100만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올렸다.
인도미가 이번에 출시한 한국 테마 라면은 매운맛(국물), 로제(볶음), 매운치킨맛(볶음) 등 3가지 맛이다.
싱가포르 방송 CNA에 따르면 인도미는 뉴진스를 모델로 기용한 것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인도네시아 자국 시장만을 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뉴진스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미는 '미고렝' 등 제품을 세계 100개국에 수출한다.
인도미가 뉴진스를 모델로 발탁하고 한국 풍미 라면을 출시한 데 대해 국내 라면 업체 관계자는 한국 라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라면 업체에도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외국 회사가 한국말이 들어간 제품을 내놓으면 한국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한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 라면을 잘 모르던 사람도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돼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1958년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 닛신은 지난해 3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베낀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한국어로 '볶음면'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다. 포장은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같은 분홍색이고 왼쪽에 귀여운 캐릭터를 넣은 것이 불닭볶음면과 비슷하다. 한자로 '한국풍'이라고도 표시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법률 검토를 했지만, 법적 대응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불닭이 워낙 유명해져서 외국에서 이런 식으로 비슷하게 팔리는 제품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닛신은 농심 양념치킨 사발면 포장 디자인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은 사례도 있다.
닛신은 태국에서도 '한국 불닭맛'을 내세운 라면을 출시했다.
태국의 주요 라면 브랜드인 마마도 불닭볶음면과 내용물 구성이 유사한 '오리엔탈 키친 핫 코리안'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군소 브랜드의 불닭볶음면 짝퉁 제품이 유통되자 삼양식품이 현지 법원에 소송을 내 지난해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10억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0% 증가한 10억2천만달러(1조4천억원)로, 작년 한해 라면 수출액(9억5천200만달러)을 뛰어넘었다.
한국 라면은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수출 증가 폭이 컸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한국 라면과 관련해 "중동과 중남미, 인도 같은 신흥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라면 수출이 급증하는 데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 확산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