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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수 칼럼] 부끄러운 핼러윈 참사

11월 1일 현재 이태원 핼러윈사고는 사망자 155명, 부상자 152명이라고 한다.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대형 사고가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의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은 폭이 좁은 내리막길로 언젠가는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지역주민들이 걱정을 했다고 한다. 이런데도 해당구청이나 경찰은 나 몰라라 하는 태도였으니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다. 더욱 창피스러운 것은 해외언론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몰리는 군중 수를 예측하면서도 왜 통제할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해석이 일고 있다. 현장 통제 수단이 없어 군중의 질서가 흐트러짐은 물론 내리막길에 뒤에서는 밀고 앞쪽 사람은 넘어져 사람에 깔려 젊은이들이 죽어갔다는 것이다. 해밀턴호텔 부근에 주점들이 들어서고부터는 병목 현상이 심해지고 과도한 장사 욕심이 이런 사태를 불렀다고 말한다. 사고 당시 주점들은 바깥 상황을 모른 채 음악 소리를 높이고 시민들은 시끄러운 가운데 주변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사고 속에 파묻혔던 것이다. 정부나 시민 그리고 상업인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 마틴 에이머스 교수는 대형 행사는 인파를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계획과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고 군중 밀집을 예측 방지하는 프로세스가 없으면 이런 사고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본 도쿄도립대학 카요 타쿠마 교수는 코로나 규제 완화로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안전 확보 등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행사에 안전대책을 세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압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본의 효고현 매뉴얼을 참조하여 2021년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은 행사 주체가 없더라도 매뉴얼을 적용하게 하고 있으나 우리는 주최자가 있을 때만 이 매뉴얼을 적용하는 것으로 한정했다는 것이다. 만일 매뉴얼에 주최 측이 없더라도 통제를 받게 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유사한 사고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먼저, 어른들은 핼러윈이 무엇인지 관심도 없는데 젊은이들은 기를 쓰며 핼러윈 축제에 참여하려 했느냐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유치원 시절에 미국의 핼러윈 축제에 관한 내용의 영어교재를 배웠다는 것이다. 물론 흥미를 유발하고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면도 있었겠으나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자란 젊은이들이 해외어학연수를 가거나 기업의 상술로 인해 더욱 핼러윈문화에 빠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교육부는 감수성이 예민한 유치원이나 초중고 교재선택에 대해서는 보다 심사숙고해야 한다.

 

다음은 누구든지 핼러윈축제에 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핼러윈은 고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살았던 켈트족의 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켈트족의 달력은 11월 1일이 한 해의 시작이자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10월 31일에는 저승의 문이 열려 죽은 자의 영혼과 악마들이 온다고 믿었으며 악령과 악마들이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치장을 했다고 한다. 또한 사자의 혼을 달래기 위해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내놓았던 것이다. 당시 로마 캐톨릭은 켈트족을 위해 5월에 하던 성인 대축제일을 11월 1일로 변경하고 핼러윈은 성인 대축제일 전날에 치르는 축제로 정착했던 것이다. 마침 마틴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의 날이 10월 31일이어서 개신교에서는 핼러윈축제에 참석하는 교인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 중에서는 정월 대보름날에 음식을 대문 밖이나 냇가에 내어놓는 풍습과 유사하다 하겠다. 우리 젊은이들도 남의 나라의 핼러윈축제를 즐기기보다는 대신 우리의 전통명절을 젊은이들이 즐기는 축제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다음은 아직도 우리나라는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 무수한 안전사고를 겪으면서도 아직도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 생활 현장이나 거리에서 그리고 공사현장에서 늘 안전사고소식이 들려온다. 그동안 많은 안전사고로 인한 고통과 비용을 그렇게 많이 지불했는데도 여전히 안전의 문제로 인한 죽음의 그늘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매뉴얼은 선진국에 모두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각 분야별로 선진국에서는 안전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우리의 아주 나쁜 습관 중에 빨리빨리 그리고 대강대강의 의식과 태도를 하루속히 버려야 하고 생활 속에 꼼꼼하고 치밀하게 안전을 관리하는 국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안전관리에 수범을 보이고 국민의 안전관리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선진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경험이 쌓여야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누구의 잘못으로 핼러윈참사가 일어났다고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현재 정부나 국민들의 안전의식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임을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를 절차탁마하며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꾸준히 보다 나은 미래의 안전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정부의 조속한 사고수습을 바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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