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관련 업체로는 처음으로 사과 입장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업체 관계자를 소환하는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피해자 보상을 언급하는 면피용 기자회견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6년 11월에서 2011년 8월까지 시판했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그간 큰 고통과 슬픔을 겪어 오신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보도되는 사태의 와중에서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피해 여부 확인이 어려웠다' 등의 이유로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검찰의 엄중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포함해 진상 규명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며 "최우선으로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는 것이 이번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라 굳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 보상 전담 조직 설치, 피해 보상 대상자와 피해 보상 기준 검토,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 수사 결과에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수사 종결 시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하지만 이날 롯데마트의 기자회견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은 "오늘의 사과는 피해자와 국민을 상대로 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검찰에 잘 봐달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어떤 국민이 롯데마트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롯데마트는 자체적으로 피해 신고센터를 세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며 "모든 매장에 포스터를 붙이고, 해당 상품을 사용하다 문제가 발생한 분들에 대한 신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정부 공식 피해자 221명에 대한 전수 실태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번주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비롯해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홈플러스의 '가습기 청정제',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실을 확인했다.
두 차례에 걸친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사에서 총 221명이 공식 피해자로 인정받았으며,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파악한 지난해 10월16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는 143명에 이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9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형사 고발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1월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후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