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곡산 법기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예원로 36번길 17에 소재하고 있다. 사찰이라기보다는 암자 수준이지만, 이 절에서 실천하는 불교운동은 너무나 거창하다. 한국불교에서는 일 년에 여름 겨울 두 차례 하안거(夏安居)와 동안거(冬安居)를 실시한다.
안거는 인도에서부터 시작됐다. 안거(安居)의 빨리어 원어는 와싸(Vassa)라고 한다. 비(雨)와 관련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인도에서는 5월 16일부터 3개월 90일간은 우기여서, 불교 승려가 외출할 때 자신도 모르게 초목이나 작은 벌레를 밟아 죽여 금지된 살생을 범하게 되고 또한 행걸(行乞 음식구걸)에도 적합치가 않아, 그 기간에는 동굴이나 사원에 들어앉아 좌선수학에 전념했던 것이다.
이 우기의 수행을 안거(安居)· 우안거(雨安居) 또는 하안거(夏安居)라고 하며, 일하구순(一夏九旬) 또는 구순금족(九旬禁足)이라고도 한다.

이런 전통이 중국을 경유하여 한국에 전해진 것이다.
법기사 주지 청보 스님은 조계산 송광사 출신이다. 강원(승가대학)과 선방을 거쳐 일본에 유학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일본 정토진종 서본원사에서 특별 염불수행과정을 수료했다. 염불로서 수행하고 포교 정진하는 방식이다. 귀국해서는 기존의 한국불교 방식의 포교방법을 탈피하고 원효대사의 화쟁과 정토관에 입각하여 나무아미타불 염불 수행과 정근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 15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2시 반에 기상하여 나무아미타불 정진을 하고 있다. 신도님들은 4시에 법당에 모여 6시 10분까지 2시간 10분간 특별 염불 수행정진 기도를 드린다. 내가 아는 한, 한국불교에서는 어쩌면 유일한 기도 정진이 아닐까 한다. 안거 기간에는 더욱더 열심히 정진한다고 한다.

안거의 시작은 결하(結夏)·결제(結制)라 하며, 안거의 끝은 해하(解夏)·해제(解制)라고 불렀다. 안거의 제도는 석가 부처님 이전에도 브라만교에서 행하여지고 있던 것을 석가(고타마) 붓다가 채택한 것으로, 1년 1회(一會)의 안거로서 수행의 성과와 법랍(法臘: 僧歷)의 위계를 정하는 기초로 삼았다. 즉 제1하(第一夏)를 입중(入衆), 5하(五夏) 이상을 사리, 10하(十夏) 이상을 화상(和尙)이라 칭했다. 중국에서는 하안거(夏安居)와 함께 동안거(冬安居)도 행하여졌으며, 동안거는 설안거(雪安居)라고도 한다. 한국불교도 중국불교의 영향을 받아서 하안거 동안거를 시행하고 있다.

청보스님은 하안거 동안거 때 선원에 가는 대신 도심 사찰에서 원효대사의 정토관에 입각하여 나무아미타불 염불 수행을 하고, 화쟁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매년 10월에는 원효성사의 화쟁 사상을 바탕으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올해는 10월 19일이 된다.
화쟁사상은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려는 불교 교리이다. 불교 교단의 화합을 위한 화쟁과 불교교리의 화쟁으로 크게 나눠진다.

교단의 화합을 위한 화쟁은 불교의 여러 계율에 잘 나타나 있다. 교리의 화쟁은 우리나라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인데, 신라의 원광과 자장에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고 삼국통일을 전후한 시기에 원효에 의해 집대성되었다.
원효의 화쟁사상은 중국에도 영향을 끼쳤고 고려의 의천을 비롯한 많은 승려들에게 계승 되었다. 화쟁사상은 우리나라 불교의 저변에 깔린 핵심적인 사상으로, 붓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꽃피운 찬란한 금자탑으로 평가된다.
청보스님은 원효대사를 본받으면서 수행하고 포교하고 중노릇한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 신도들과 새벽 염불 수행기도 정진을 15년 동안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