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28일 시작된다. 하루 전인 27일부터는 해외에 거주·체류 중인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외투표가 실시됐다. 여당의 국정안정론과 야당의 정권심판론 중에서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유권자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지역구 254석, 비례대표 46석 등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 만에 치러져 자연스럽게 중간 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 2년의 시간을 국민이 어떤 평가를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향배가 정해지고 차기 권력을 향한 여야의 역학구도도 요동칠 공산이 크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번에 반드시 과반수 승리를 거둬야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추진력을 제공하며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다질 수 있어서다.
반대로 의회 권력을 독점해온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현상 유지가 지상과제가 됐다. 과반수 유지에 실패하면 정권 독주를 견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부 분열의 원심력이 커지고 수권정당의 희망 또한 수그러들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이 갖는 각별한 의미를 인식하고 민의를 대변하면서 나라의 미래를 열어나갈 적임자와 정당을 고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제 선거일까진 보름도 남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여야의 모습을 보면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퇴행적 행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각 정당과 후보가 제시한 공약만 봐도 유권자들의 눈을 붙잡고 귀를 솔깃하게 하는 인기 영합적 정책이 대부분이다.
여야 모두 철도지하화 등 지역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특정 지역과 연령, 계층에 소구하는 공약을 쏟아내면서 막대한 재원 조달 방안은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로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민주당은 민생 회복을 명분으로 국민 1인당 25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에 따라 세수가 크게 줄어 이공계 연구개발 예산마저 대폭 삭감한 마당에 무슨 수로 예산을 충당하고, 빚을 내 비용을 조달하더라도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정책 경쟁이 실종된 선거는 저열한 네거티브 공방으로 전개되기 십상이다. 이미 여야는 지도부가 나서 상대를 각각 '종북세력', '친일세력'으로 일컫는 등 선거전을 갈등 프레임 대결로 끌고 가려는 태도를 보인다. 국민을 남녀, 세대, 지역에 따라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쳐 표를 얻어보려는 심산 아니겠는가.
이런 양태로 봐서는 이번 총선에서도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 폭로와 흑색선전이 줄을 이을 게 자명하다. 막말과 비방으로 상대를 악마화하면 잠시 달콤할지 모르나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여야는 유념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어긋난 후보를 걸러내는 것은 유권자에게 주어진 의무다. 자격 없는 후보를 가차 없이 걸러내고 시대 흐름에 동떨어진 정당에 회초리를 들어 정치 선진화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가 달라져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