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향후에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기존 방침은 복귀자에 대해 행정처분을 '중단'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조치는 향후 처분 가능성을 없애고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정부는 또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후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5일 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전공의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하반기에 돌아올 전공의에게는 수련 특례를 인정해달라'고 한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복귀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하고 의료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출구 전략의 일환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상당수가 복귀하려는 의사가 있지만, 동료인 미복귀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복귀를 망설이게 한다고 본다"며 "망설이는 전공의들이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도록 적극 돕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벌이 전공의 복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가 일단락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데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공의 이탈 사태는 벌써 5개월이 다 돼 간다. 정부는 그간 수차례 이탈 전공의들의 복귀 내지 사직을 독려해왔는데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전공의의 복귀 규모는 미미하다. 지난 4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에 출근한 전공의는 전체(1만3천756명) 가운데 8.0%(1천104명)에 불과하다. 벼랑 끝에 몰린 환자와 가족의 호소와 우려를 외면만 할 것인지 안타깝다.
미복귀 전공의들은 신속하고도 전향적인 복귀 결정을 내려야 마땅하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놓고는 장기간의 전공의 이탈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행정처분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행정처분 철회 결정을 내린 데는 어떻게든 의료 공백 사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읽힌다. 중요한 건 전공의들의 이탈 사태 속에 파행을 면치 못하는 의료 체계의 정상화일 것이다.
정부는 이날 2026학년도 이후의 의료인력 수급 추계에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정부와 의료계는 그간 표면상 대화의 필요성과 의지를 보이는 듯하면서도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는 답답한 대치 형국을 이어왔다.
의정 모두 보다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소통의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실효적인 대화와 교섭의 장을 강구해야 한다. 전공의들도 예외일 수 없다. 의료 공백과 의정 갈등을 해소할 돌파구가 조기에 마련될 수 있기를 재차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