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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시론] 정쟁에 매몰된 '역대 최악'의 국회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남기고 29일 4년의 임기를 마친다. 고성과 삿대질이 오간 여야의 소모적 공방전은 21대 국회가 문을 닫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걸린 주요 법안이라도 합의 처리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헛된 기대에 그쳤다. 

    
절대 과반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여권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저지하는 극한 대치 구도는 임기 종료 하루 전인 28일 사실상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도 바뀌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재의결을 시도했으나 통과 요건(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미달해 폐기됐다. 


민주당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해 나머지 일부 쟁점 법안들도 이날 본회의에 올려 야당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거나 논란이 있는 법안들이 포함됐다. 


이 중 민주유공자법은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이외 다른 민주화 운동 피해자도 유공자로 지정하는 내용이어서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반대 여론이 작지 않다. 민주당이 국민 다수가 아니라 골수 지지층과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입법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정쟁 속에 여야가 사실상 의견을 접근한 법안도 폐기될 처지다. 고준위방폐장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임기 마지막 날인 29일 극적으로 여야 합의로 본회의가 열리고 그 이전에 상임위 절차 등이 진행되지 않는 한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운명을 맞는다. 원전 폐기물 처분 부지 확보를 위한 이 법안 처리가 늦춰지면 국가 에너지 운용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 

미래 먹거리라는 법안이 내부 논리에 의해 발목이 잡힌 사례도 허다하다. 올해 말로 끝나는 반도체 지원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일명 K칩스법과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한 AI 기본법 등이 있다. 국민의 공감을 얻고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법안이 별다른 이유 없이 폐기될 처지에 놓인 것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부양의무를 내팽개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은 여야가 합의해놓고도 법사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본회의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여당도 국정운영의 축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 교육과 함께 3대 과제 중 하나로 꼽은 연금개혁의 경우 민주당이 여당의 타협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는데도 구조개혁과 병행하자고 나서 끝내 무산됐다. 


21대 국회에는 총 2만5천849건의 법률안이 발의됐고, 이 중 9천455건이 처리됐다. 법안처리율은 36.6%로 이른바 '동물국회'라 불린 20대 국회(37.8%)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다. 여야 할 것 없이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더 암담한 것은 곧 열릴 22대 국회도 구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들을 개원 직후 단독 처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총선 후 여야는 협치를 다짐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면서 정작 해야 할 일은 회피하는 후진 정치의 민낯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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